[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명태균 씨에게 의뢰한 적이 없다고 법정 증언했다. 일부 여론조사가 김 전 위원장의 의뢰로 실시됐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측 주장과 배치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 씨가 여론조사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며 이를 지시하거나 요청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명 씨가 무슨 돈으로 여론조사를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고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명 씨에게 의뢰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없다"고 답했다. 오 시장 측은 앞서 일부 여론조사가 김 전 위원장의 의뢰로 실시됐거나 명 씨가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오 시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김 전 위원장은 명 씨를 두고 "자기 과시를 위해 말을 아주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 씨를 처음 만난 경위를 두고 "2020년 11월쯤 김영선 전 의원이 나를 만나자고 해서 찾아오라고 했더니 명 씨를 데리고 와서 그때 처음 봤다"며 "본인이 마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 씨가 자신을 '김종인의 책사'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나를 이용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올 때마다 몇 사람씩 같이 와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자기와 내가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접근하기 위해 나를 계획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 씨를 정기적으로 만났다는 주장에는 "사실이 아니다. 그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순 엉터리로 거짓말을 많이 하고 '뻥'을 쳐서 그렇지, 그전까지는 (명태균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번 찾아뵙겠다고 하면 오라고 해서 만난 것이고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한정 씨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2021년 2∼3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계좌로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송금했다.
1심은 이 가운데 2월1일부터 18일까지 지급된 2100만원을 오 시장 측이 의뢰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판단했다. 오 시장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2일 변론을 종결한 뒤 같은 달 23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