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윤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호주대사 임명은 범인 도피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경부터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11월19일까지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정도의 추상적 인식에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장관이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이 전 장관을 외국 대사로 임명함으로써 공수처 수사를 정면으로 저지, 방해하려는 의사로 보기 어렵다"며 "그러한 증거를 기록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대통령에게 외교사절과 공관장을 임명할 폭넓은 권한과 재량이 있는 만큼, 수사 대상자를 해외 대사로 임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인도피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실제 출국이나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는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한 것에 그친다"며 "임명 절차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한 부분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을 뿐 후속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고,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도 인사검증과 공관장 자격심사 당시 이미 직위에서 물러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봤다.
출국금지 해제가 윤 전 대통령 등의 지시나 압력에 따라 이뤄졌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이 관련 발언을 하기 전부터 법무부 내부에서 해제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었고, 심 전 차관도 이미 결정된 심의 방침을 보고받았을 뿐 해제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정치적 구호나 수사기관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법과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올바른 판결"이라며 "(특검팀은) 판결에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채상병 특검)은 "판결문 살펴보고 항소 여부를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실장과 박 전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3년, 심 전 총장과 장 전 차관, 이 전 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VIP 격노설’과 함께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되자 윤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했다고 봤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은 대사 임명 이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