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 장독대에 담긴 전통의 맛'…식품명인 따라 떠나는 미식 여행


농식품부, 체험·견학 가능한 전국 44곳 여행코스 구성

9일 서일농원에서 서분례 명인이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들과 장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안성=박은평 기자

[더팩트ㅣ안성=박은평 기자] "메주와 소금물을 넣어 장을 담가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지만, 평소 말로만 듣던 전통 장 만들기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9일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서일농원에 들어서자 2000여 개의 장독대가 끝없이 펼쳐졌다. 이날 처음 장 담그기 체험에 나선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1학년 이승채 학생은 "옛날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이날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2호 서분례 청국장 명인이 운영 중인 서일농원에서 식품·관광 인플루언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 외식업 종사자 등을 초청해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서 명인과 함께 메주와 소금물을 넣어 직접 장을 담갔다. 장독대에 담긴 고추장과 된장을 맛보며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전통 장류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 명인은 학생들에게 "제일 전통적인 게 한국적인 것이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며 "오늘 배운 대로 그대로만 하면 전통이 된다. 우리 전통을 꼭 끌고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9일 서일농원에서 서분례 명인이 장독에서 된장을 떠 참가자들에게 맛을 보여주고 있다./안성=박은평 기자

이날 행사는 농식품부가 지난 6월 'K-치킨벨트', 7월 '찾아가는 양조장'에 이어 진행한 'K-미식 여정' 제3탄이다. 식품명인이 운영하는 전통식품 제조·체험시설과 박물관 등을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결해 전통식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미식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이번 행사와 함께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길'도 공개했다. 전국 식품명인이 운영하는 시설 중에서 체험과 견학이 가능한 44곳을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여행 코스로 구성했다. 지역 대표성과 체험 프로그램의 우수성,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과의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선정했다.

경기권에서는 문배주와 조기김치, 유과·약과, 식혜, 피순대, 청국장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충청권에서는 승검초단자와 된장, 전통주 등이, 경상권에서는 장류와 안동소주, 부각, 작설차, 막걸리 등이 여행 코스에 포함됐다. 전라권에서는 전주이강주와 홍삼, 고추장, 매실농축액, 쌀엿, 강정 등을 만날 수 있다. 강원·제주권에서는 한과와 겨자김치, 고소리술, 막장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식품명인의 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명인이 전통을 이어온 공간을 찾아 제조·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길의 특징이다. 지역 농산물과 향토음식, 문화·관광자원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해 음식과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1994년부터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기술을 보유한 장인을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해 왔다. 2025년까지 모두 106명이 지정됐으며 현재 88명의 명인이 활동하고 있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대한민국식품명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길'은 국민들이 전국 각지의 식품명인과 전통식품을 보다 쉽게 만나고 우리 식문화의 가치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식품명인 미식 여행길이 지역의 관광자원과 함께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대표 맛 지도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00여 개의 장독대가 늘어선 서일농원 전경./안성=박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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