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25)이 이적 후 처음 밟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와 ‘파격 투톱’으로 59분을 소화했다.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7번 이강인은 10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2026~2027시즌 UCL 리그 페이즈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14분까지 뛰었다. 아틀레티코 이적 후 공식전 5경기 연속 출전이다. 이강인은 1-2로 역전을 허용한 후반 14분 아데몰라 루크먼과 교체돼 UCL 첫 경기를 마감했다.
수비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결국 1-2로 역전패하며 이번 시즌 첫 2연패에 빠졌다. 지난 5일 라리가 4라운드에서 빌바오에 0-3 충격패를 당한 데 이어 최근 2경기에서 5실점했다. 리버풀과 역대 전적에서도 2021년 이후 4연패의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전 알바레스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낮게 언급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이강인과 알바레스를 최전방에 나란히 배치하는 4-4-2 카드를 꺼냈다. 경기중에는 3-4-3전형으로 바꾸며 상대를 교란했다. 리버풀의 강한 전방 압박을 이강인의 탈압박과 패스, 알바레스의 침투로 깨겠다는 계산이었다.
승부의 첫 골도 두 공격수의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17분 마르코스 요렌테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알바레스가 상대 수비라인 사이로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렀고, 오른쪽에서 빠르게 뒷공간으로 침투한 요렌테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9~2020시즌 UCL 16강 2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안필드의 악몽을 리버풀에 안겼던 요렌테가 다시 한번 ‘안필드의 사나이’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강인은 직접 슈팅보다는 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격 연결에 집중했다. 전반 26분에는 줄리아노 시메오네의 움직임을 읽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공급하며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다.
리버풀의 견제도 거셌다. 전반 28분에는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의 거친 파울에 쓰러졌고, 전반 막판에는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경합 과정에서 얼굴을 맞아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전반 45분 동안 34차례 볼을 터치하며 패스 성공률 84%(21/25)를 기록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도중 포메이션에도 변화를 줬다. 요렌테의 공격 가담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비 시에는 스리백 형태를 가동하고, 이강인을 알바레스 주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며 리버풀의 압박을 흔들었다.
하지만 홈팀 리버풀의 반격은 거셌다. 전반 40분 소보슬러이가 로날드 아라우호의 백힐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서는 리버풀이 중원 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장악했다.
후반 5분 맥 알리스터가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터뜨리며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리버풀은 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아틀레티코를 몰아붙이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시메오네 감독은 결국 후반 14분 승부수를 던졌다. 이강인과 코케를 불러들이고 아데몰라 루크먼과 알레한드로 그리말도를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과 측면에 변화를 줬다.
이강인의 안필드 데뷔전은 59분에서 마무리됐다.
59분 동안 이강인은 37차례 볼을 터치하면서 패스 28차례 가운데 25개를 성공시켜 89%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기회 창출도 한 차례 기록했다. 리버풀의 강한 압박과 집중적인 견제 속에서 슈팅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전방에서 공을 지켜내고 동료들과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의미 있는 대목은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이적 이후 공식전 5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점이다. 라리가 개막전 말라가전에서 교체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비야레알전, 세비야전, 빌바오전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전까지 시메오네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에는 상대와 무대의 무게가 달랐다. 축구의 성지 안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개막전이었고, 이강인은 교체 카드가 아닌 알바레스의 투톱 파트너로 선발 출전했다. PSG 시절 챔피언스리그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출전 기회가 제한됐던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는 첫 경기부터 선발 카드로 선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도 보다 뚜렷해졌다.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벗겨내고 알바레스와 2선을 연결하는 ‘연결형 공격수’가 첫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강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