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오라" 해놓고 떠날 판…李정부 '건설 일자리 질'부터 손봐야


건설업 평균연령 15년 새 7.4세↑
"채용보다 머물 환경 만들어야"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청년 기피가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건설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15년 새 7.4세 높아졌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산업의 청년 기피가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건설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15년 새 7.4세 높아졌다. 경기 침체보다 더 큰 문제는 청년이 들어와도 오래 일하기 어려운 현장 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청년이 선택하고 머무는 현장, 건설 직업모델 구축 전략'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의 청년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한 채용 확대가 아니라 '직업 환경'을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청년 채용이 위축되고 있지만 건설업의 청년 기피는 경기 불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2010년~2025년) 건설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7.4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의 평균연령 상승폭인 5.6세보다 크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더해 신규 청년 인력의 유입이 끊기고 기존 청년층의 조기 이탈이 누적된 결과라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청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 전공 만족도 72%인데…"처우 좋다" 8%뿐

건산연은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청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기존 건설업 근로조건 개선 정책도 한계가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복지 개선 등 대책이 기능인력의 임금과 고용 여건 개선에 상대적으로 집중하면서 청년 기술인력이 겪는 장시간 근로·과도한 법적 책임·반복적인 행정업무 등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다.

현장 업무의 부담은 임금과 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촉박한 공기와 부족한 공사비·인력·반복되는 서류와 승인 업무 등이 청년 기술인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건산연은 개별 기업의 처우 개선을 넘어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확보하고 휴일 보장과 적정 인력 운영이 가능한 사업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복적인 서류·승인 업무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 기반 업무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 일자리와 청년층의 눈높이 사이의 괴리도 크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기술인력의 59%가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한다. 반면 청년층의 선호는 대기업·공공기관·본사 직무에 집중돼 있다. 건설현장에 필요한 일자리와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사이에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을 전공한 청년들의 인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건산연(2023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건설 전공 청년의 72%는 '전공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건설업 일자리의 처우가 좋다'는 응답은 8%에 그쳤고 57%는 처우가 '나쁘다'고 평가했다.

특히 청년 직장인의 38%는 잦은 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관련 전공이나 직무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일자리 여건이 청년의 이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이 현장을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직업 비전과 성장 경로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현재의 업무 경험이 어떤 전문성과 경력 기회로 이어지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전문성을 쌓아가는 경력 단계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게 건산연의 지적이다.

건산연은 건설산업의 직업·직무지도를 마련하고 초기 경력 단계부터 교육과 핵심 업무 경험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이 지금 맡은 업무가 향후 어떤 전문성과 직업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문화와 업무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건설문화 개선 노력이 선언이나 캠페인에 그치면서 실제 업무 경험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건산연은 중간관리자를 문화 변화의 핵심 실행 주체로 삼아 업무지시·보고·평가·소통 방식 등을 현장에서부터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불황 때마다 일자리 흔들려…"건설 안에서 경력 이어줘야"

건산연은 고용안정의 개념을 한 기업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서 건설산업 안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시스

경기변동에 취약한 고용구조 역시 청년의 장기적인 경력 설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산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인력 부족과 일자리 부족이 반복된다. 청년 입장에서는 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건산연은 고용안정의 개념을 한 기업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서 건설산업 안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장기 인력 수요를 전망하고 이를 업스킬링·리스킬링 교육과 연계하는 한편 기업과 직무 간 이동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산연은 청년의 건설산업 진입과 정착을 막는 요인을 종합적으로 네 가지로 봤다. 근로조건의 경쟁력 약화·직업 비전과 성장경로 부족·건설문화와 청년 가치관의 격차·경기변동에 취약한 고용구조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건설 직업모델'을 제시했다. 근로조건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성장경로는 '성장할 수 있는 직업'·건설문화는 '계속 일하고 싶은 직업'·경력안전망은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변화를 현장에 정착시키려면 정부·산업계·기업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건산연은 강조했다. 정부는 적정 공기와 공사비 등 현장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산업계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교육과 인력 연계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인권·안전·웰니스 등 건설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실제 업무의 행동기준으로 구체화하고 산업 공동의 건설문화 표준 모델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청년 유입 대책이 단기적인 채용과 기초 양성교육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입직 이후 어떻게 전문성을 쌓고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지 '직업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확보의 출발점은 청년에게 건설현장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선택할 만한 직업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일자리를 바꾸는 일은 청년 인력 부족 대응을 넘어 건설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j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