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외침에 올림픽공원 ‘아수라장’…욕설·몸싸움까지 [오승혁의 현장]


8일 대한체육회, 봉쇄 95일 만에 핸드볼경기장 진입
출입문 지켜온 참가자들, 장동혁·황교안 등장 놓고 충돌

8일 오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장동혁! 장동혁! 장동혁!"

8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을 찾았다. 2-3 게이트가 열리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굳게 닫혀있던 사무실로 들어간 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핸드볼경기장과 역도경기장 사이 길을 따라 등장했다.

장 대표가 경찰들 가까이 가자 누군가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쳤고 경기장 주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몰려갔다.

스마트폰을 든 유튜버와 집회 참가자, 취재진이 장 대표를 에워쌌다. 경찰은 인파 사이에 통로를 확보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장 대표의 움직임을 따라 연달아 자리를 옮겼다. 장동혁 대표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 각자의 주장을 담은 외침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물품 반출이 이뤄졌다.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경기장에 대한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95일 만이다.

대한핸드볼협회와 대한펜싱협회 등 대한체육회 산하 9개 회원종목단체 관계자들은 오전 9시께 경찰의 협조를 받아 경기장 2-3 출입문으로 향했다. 경찰은 출입문 앞에 통행로를 확보하고 시위 참가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오전 9시 12분께 출입문이 열리자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기장 관리 주체인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들도 현장에 입회했다.

진입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왜 문을 여느냐", "시민도 들여보내 달라"고 항의했다. 경찰과 참가자들이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맞섰지만 대규모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2-3 게이트 바리게이트에 붙은 플래카드 등을 정리하고 문을 연 뒤 진입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컴퓨터와 인감, 행정 서류, 선수 지원 장비 등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꺼냈다. 체육단체 측은 봉쇄로 3개월 넘게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과 국가대표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해 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진입해 사무실 내 업무 용품을 반출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특히 핸드볼과 펜싱, 우슈 등 일부 종목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약 1시간 동안 필요한 물품을 반출한 뒤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투표함과 투표용지, 선거 장비 등이 보관된 공간은 체육단체 사무실과 분리돼 있었고 물품 반출이 끝난 뒤 경기장 출입문은 다시 닫혔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을 배치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찰 버스와 통제선이 길게 늘어섰고 출입문마다 경찰관들이 자리를 지켰다.

경찰과 체육단체의 진입은 비교적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경기장 밖의 긴장까지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95일 동안 봉쇄 시위가 이어진 현장에는 나름의 관계와 질서가 형성돼 있었다. 장기간 같은 장소를 지킨 참가자들은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었다.

대화의 소재는 자연스럽게 경기장 출입문으로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마치 동네 반상회에서 구역별 역할을 설명하듯 "내가 게이트를 지켰다", "그때는 내가 저쪽 문에 있었다"며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와 당시 상황을 서로에게 들려줬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는 단순한 집회 참여자를 넘어 ‘이곳을 함께 지켜왔다’는 유대감이 형성된 모습이었다. 동시에 누가 더 오랫동안 현장을 지켰는지, 누구의 판단과 행동이 옳았는지를 놓고 신경전도 이어졌다.

지난 6월 16일에도 대한체육회는 경찰과 국민의힘의 중재를 통해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장 대표가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순차적인 출입을 중재했지만 ‘올다르크’로 불린 한 참가자가 출입문을 붙잡고 반대하면서 진입은 무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윤석열과 트럼프 그림이 부착된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장 대표는 경기장 내부를 살핀 뒤 체육단체 사무실과 투표함·투표용지·선거 장비가 보관된 공간이 분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 대표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경기장 진입과 물품 반출이 이뤄진 점에 유감을 표했다. 체육단체가 반출한 물품 가운데 선거와 관련된 것이 있는지 특별검사팀이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 대표 측은 이날 물품 반출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으며 국민의힘도 해당 영상을 살펴보고 의문점이나 의혹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가 경기장에 들어가고 밖으로 나오기까지 현장은 그의 모습을 촬영하려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유튜버들은 장 대표를 향해 각자의 질문을 쏟아냈고 집회 참가자들은 휴대전화와 태극기를 들고 뒤따랐다.

장 대표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과 그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의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누가 장 대표 가까이 다가설지를 놓고 참가자와 유튜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 대표가 현장을 떠난 뒤에도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장 대표의 발언과 경기장 진입에 대한 입장을 놓고 크고 작은 무리를 만들어 대화를 이어갔다.

오전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현장에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격해졌다. 장 대표의 방문과 대응을 둘러싸고 누적돼 있던 의견 차이가 황 전 총리의 등장 이후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번졌다.

황 전 총리를 따라 이동하려는 사람들과 앞을 막으려는 사람, 가까운 거리에서 영상을 촬영하려는 유튜버들이 한꺼번에 뒤엉켰다.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운 참가자들은 상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어깨와 몸이 부딪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이 중간에서 양측을 떼어놓으며 자제를 요구했지만 고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누구의 주장이 집회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는지, 장 대표와 황 전 총리 중 누구의 대응이 옳았는지를 두고 감정 섞인 공방이 이어졌다.

장기간 같은 공간을 지키며 이웃처럼 친분을 쌓았던 참가자들이 정치인의 방문과 대응 방식을 놓고 서로를 비난하는 장면이었다. 출입문을 함께 지켰던 경험은 유대감을 만들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시위의 방향과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하나로 만들지는 못했다.

95일 만의 경기장 진입은 체육단체들에 최소한의 업무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투표함과 선거 관련 장비가 남아 있는 경기장은 물품 반출 직후 다시 폐쇄됐다. 봉쇄 시위도 끝나지 않았다.

경찰과 체육단체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순간보다 정치인들이 현장에 나타난 이후 참가자들 사이의 다툼이 더 거셌다는 점은 이날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장동혁"을 외치며 한곳으로 몰려갔던 사람들은 몇 시간 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과 판단을 내세우며 충돌했다. 95일간 굳어진 연대와 갈등이 동시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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