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작들의 흥행과 특별관 열풍이 관객을 사로잡으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흥행 열기 뒤에는 치열한 티켓팅 전쟁과 암표 문제 그리고 한국영화의 입지를 둘러싼 스크린쿼터제 논쟁이 맞물려 있다. <더팩트>는 다시 한번 되살아난 극장가의 흥행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이면에 자리한 문제와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도 짚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티켓 가격 상승에 언제 어디서나 각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극장가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던 가운데, 영화 한 편을 특수관에서 보기 위한 티켓팅 전쟁이 벌어졌다. 여기에 웃돈을 붙인 암표까지 등장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불러온 이례적인 현상이다.
작품은 '트로이의 목마'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자 지혜의 왕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전쟁 이후 아내가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에 걸쳐 겪는 미지의 세계 속 고된 여정을 그린다. 맷 데이먼을 비롯해 톰 홀랜드와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루피타 뇽,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이 출연한다.
앞서 CGV 데이터전략팀이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여름 성수기 전국 영화 시장 관람객이 약 955만 명이었다고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SCREENX 4DX IMAX 등 주요 특별관은 7~80% 수준의 객석률을 기록했다.
특히 일반관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오디세이'를 상대적으로 상영 횟수가 적은 IMAX에서 보려는 관객들이 많은 이유는 작품의 제작 방식 자체가 IMAX 관람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작품으로, 이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IMAX 촬영 신기술이 적용됐고 총 91일간의 촬영 기간에 약 609km에 달하는 필름을 사용했다. 이처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치밀한 완성도와 압도적인 규모가 담긴 작품을 IMAX관에서 더 생생하게 경험하려는 것.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화면비다. 일반관에서는 상영 과정에서 화면 일부가 잘리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감상해야 하지만, IMAX관에서는 IMAX 촬영분이 잘리지 않고 넓은 화면에 광활하게 펼쳐지는 만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촬영 단계에서부터 의도한 시각적인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그동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IMAX를 자신의 영화적 언어로 활용해왔다는 점도 기존 팬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전작인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 등을 IMAX로 관람하는 게 하나의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으면서 이번에 더욱 자연스럽게 IMAX로 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리고 국내에서 CGV가 운영하는 IMAX관이 총 26개인 가운데 '오디세이'를 둘러싼 관객들의 관심은 유독 '용아맥'(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IMAX관이고 1.43대 1 화면비를 지원해 IMAX 필름으로 촬영된 영상을 화면 잘림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상영관인 만큼, 작품의 압도적인 영상미를 제대로 경험하려는 관객들에게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용아맥' 좌석 확보를 위해 불규칙적인 예매 오픈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등 치열한 티켓팅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개봉 4주 차에도 624석 가운데 장애인 전용 6석을 제외한 618석은 예매가 오픈되는 즉시 매진된 것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오디세이'를 관람하기 위해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방문한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이렇게 열심히 티켓팅 창을 들락날락하면서 예매했던 영화가 있나 싶다. 정확히 예매가 언제 오픈되는지 몰라서 수시로 예매 창을 켜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많은 사람이 몰려서 잡지 못했고 취소표를 잡았다"며 "일반관에서 보고 IMAX관에서 2회차를 관람했는데 왜 사람들이 IMAX관에서 보려고 하는지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B 씨는 티켓팅 실패 후기를 남겼다. 그는 "CGV 멤버십 최상급 등급인 SVIP한테만 주는 오픈 알림을 받아보려고 CGV 예매 오픈 알리미 앱을 깔아보려고 하다가 주변에 같이 도전하는 친구에게 알림을 받았다"며 "오픈 직후에 4만 명 대였고 긴 기다림 끝에 예매창에 들어갔지만 이선좌(이미 선택한 좌석입니다)만 실컷 보고 실패했다. 한 2주 동안 도전하다가 지쳐서 포기하고 일반관에서 봤다"고 털어놨다.
30대 여성 C 씨는 "'용아맥' 티켓팅이 웬만한 아이돌 콘서트 1열을 잡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을 듣고 과장이라고 생각했고 왠지 모를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며 "어렵게 잡아서 이번에 처음 IMAX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차원이 다르긴 한 것 같았다. 개봉 직후 티켓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가 이해됐고 연말에 개봉하는 외화도 '용아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용아맥' 티켓팅을 성공하는 '꿀팁'을 공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를 읽은 <더팩트> 기자도 직접 티켓팅에 도전해봤다.
위에 언급됐듯이 '용아맥' 예매 오픈 시간은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CGV에서 상영시간표가 확정되고 해당 회차가 열려야 예매가 가능한 방식이기에 원하는 날짜의 상영 회차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 수시로 CGV 앱에 접속해 예매가 시작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SVIP 등급의 경우 특정 영화의 예매가 오픈되면 알림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일부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다.
결국 중요한 건 빠른 정보 습득이다. 이에 기자는 예매 오픈을 빠르게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특정 회차가 열렸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CGV앱에 들어가서 관람 회차를 클릭했다. 약 몇십 초의 로딩이 있었고 500명 이상의 대기 인원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예매창에 들어가 좌석 한 개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해당 회차가 개봉 6주 차라는 것을 감안하면 관객들의 관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개봉 초기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치열한 예매 경쟁이 암표 거래로 번지면서 통상 17000~21000 원인 티켓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정가의 약 5배인 10만 원 이상으로 책정돼 올라오는가 하면, 일부 인기 좌석의 가격은 30~35만 원으로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 것. 여기에 같은 회차 티켓을 10장 넘게 내놓은 작성자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CGV는 지난달 27일 '용아맥'의 예매 가능 수량을 한시적으로 1회 최대 4장, 하루 최대 4장으로 제한하면서 보다 많은 관객에게 예매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예매 환경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예매와 영리 목적의 티켓 재판매를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18일부터 국내 영화상영관(IMAX, 4DX, Dolby Cinema 등)의 입장권 부정거래(암표 매매) 실태를 파악하고 관객 피해 예방 및 공정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암표 관련 제보를 받는 창구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정부는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월 28일 열린 '암표방지법 시행 계기 관계기관 점검회의'에서 "최근 특수 상영관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영화 암표 문제에 대해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용아맥'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은 오직 극장에서만 가능한 관람 경험에 대한 관객들의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특별관 티켓을 둘러싼 암표 거래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높아지는 관람 수요와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티켓 구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암표 근절 대책과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이와 관련해 극장 관계자는 "이는 모든 영화가 아닌 특정 콘텐츠에 수요가 쏠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도 콘서트 실황 영화나 무대인사 회차의 암표가 종종 있었다. 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해당 좌석을 예매한 관객에게 정상적인 예매인지 소명을 요청하는 정도이지 이를 직접 제한할 수 있는 법적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아이디의 예매를 제한하거나 회원 탈퇴를 시킬 수는 있지만 이러한 티켓 거래를 하는 업자들은 여러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이 크지는 않다"며 "현재 국회에서 영화계에 이와 관련된 의견을 요청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향후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을 기대해 볼 만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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