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도 주전도 내려놨다...26세 송민규의 '유럽 승부수'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꿈을 위해 안정된 커리어를 거부한 26세 K리그 공격수
그 쉽지 않은 도전이 한국축구에 던지는 메시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축구클럽 CD 나시오날에 이적한 송민규를 환영하기 위해 구단이 제작한 공식 영입 포스터. 송민규 사진 뒷 배경에 포르투갈어로 환영을 뜻하는 BEM-VINDO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송민규 SNS 캡처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FC서울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던 송민규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행을 결단했다. 프로축구 선수에게 유럽 진출은 언제나 가슴 뛰는 꿈이다. 비록 빅5 리그는 아니지만, 유럽 내 대표적 강소 리그인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CD 나시오날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만 26세. K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그였다. 높은 연봉은 물론, 팀 내 주전 공격수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보장받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겨울 가정을 꾸린 그에게 이번 결정은 더욱 쉽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연봉은 FC서울 시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확실한 주전 자리가 약속된 것도 아니다.

악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곧바로 터졌다. 나시오날의 주앙 지앙 감독이 개막 단 4경기 만에 경질된 것이다. 자신을 직접 영입한 감독이 떠난 이상, 새 감독 밑에서 기존의 평가를 이어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그는 새 감독 체제에서 다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 시즌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윙어 송민규는 기동볼 공격에 활역을 불어넣으며 팀 상승세를 이끌어왔다./K리그

올해 서울에서 보여준 뛰어난 경기력이라면 새 감독에게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겠지만, 낯선 환경과 전술 변화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끄집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과거 2021시즌 중반 포항에서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 첫 두 시즌 동안 전술적 상성 문제로 심한 성장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감독의 성향과 전술적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터다. 더욱이 빅클럽 출신의 거물급 선수가 아닌 이상, 팀이 자신만을 위한 전술을 짜주길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처럼 다소 늦은 나이, 연봉 감액, 안정된 지위의 포기 등 객관적인 조건만 놓고 보면 송민규의 유럽 도전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익숙한 안정을 내려놓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한번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도전의 성패는 비단 송민규 개인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K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가 전성기에 유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민규의 유럽 진출 열망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오래전부터 유럽 클럽들의 관심이 이어졌으나 번번이 인연이 닿지 않았고, 진출 타이밍이 다소 늦어졌음에도 그는 끝내 도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K리그 최고 수준의 자원으로 올라섰음에도 국가대표팀 내 경쟁에서 유럽파 선수들에게 한발 밀렸던 경험 역시 그의 승부근성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 태극마크라는 영예는 단순히 부와 편안함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선수로서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2021년 올림픽 축구 대표팀 시절의 송민규가 경기도 파주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젊은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꿈꾸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현실적인 조건과 타협하기도 한다.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계약,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중동, 중국, 미국 등으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수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지만 한국 축구 전체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유럽 무대에서 직접 경쟁하고 경험을 쌓는 선수들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중국과 미국 리그로 향했던 김민재나 황인범이 유럽 본무대 중심에 서기까지 오랜 기간 먼 길을 돌아오며 치러야 했던 기회비용을 떠올려보라. 선수 개인의 고통은 물론 한국 축구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었다.

그렇기에 송민규가 보여준 이번 결단은 더욱 빛난다. 그가 늦은 나이에 포르투갈 무대에 연착륙하고, 더 나아가 빅리그로 도약해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위험을 무릅쓴 도전’은 한국 축구 유망주들이 따라 걸을 새로운 길로 자리잡을 수 있다.

포르투갈 CD 나시오날에 입단한 송민규가 현지에서 입단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송민규 SNS 캡처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주로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성장하거나, K리그에서 일찍 두각을 나타낸 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럽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송민규의 선택은 조금 다르다. K리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한 뒤 자신의 전성기에 유럽 무대에 직접 뛰어드는 경로다.

만약 이 경로가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럽 진출은 더 이상 ‘어린 선수들이 일찍 떠나는 길’만이 아니다.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가 자신의 전성기에 유럽으로 건너가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는 길도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바뀐 환경과 불확실성이라는 거친 파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든, 안정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경쟁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이다. 송민규의 선택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한 선수의 성공담을 넘어, 한국 축구에 또 하나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길이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더 넓고 당연한 ‘선택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