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술자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둘러싸고도 과거 청탁 의혹과 사건 관계자들과의 술자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 부장판사의 술자리와 법관으로서의 처신을 문제 삼아온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게도 같은 수준의 검증 잣대를 적용할지를 두고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변호사 2명으로부터 409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지 부장판사는 당시 술값 가운데 약 15만5000원을 자신이 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이를 제외한 393만5000원을 참석자 3명으로 나눠도 1인당 향응액이 100만 원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의혹은 지난해 5월 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술자리 참석 자체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사퇴와 감찰 등을 요구하는 등 맹공을 이어왔다. 특히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김 후보자 역시 지 부장판사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지 부장판사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MBC '뉴스투데이' 인터뷰에서 "판사는 국민을 대신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인데 그 점에 있어서 굉장히 절차가 중요하다"며 "공정해야 하고, 양쪽한테 휘둘려서 이렇게 갔다 저렇게 갔다가 또 중심도 못 잡고 그렇게 하면 그거는 판사로서의 소양이 없다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지 부장판사의 처신을 문제 삼았던 김 후보자 역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과거 사업가와 현직 판사 등과 함께한 술자리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후보자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브로커로 지목된 사업가로부터 특정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챙겨달라는 민원을 받고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가와 사건 관계자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사실도 알려졌다.
검찰은 2024년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이마저도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김 후보자 측은 청탁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준비단은 "후보자는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과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우려를 전하며 임상시험 절차가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는지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치료제 승인이나 우선 심사, 심사 기준 완화 또는 절차 생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장의 답변을 민원인에게 전달한 이후에는 승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식약처 실무진과 별도로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두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공수처 역시 지 부장판사의 경우 접대와 재판 직무 사이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뇌물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지 부장판사의 술자리와 법관으로서의 처신을 강하게 문제 삼았던 민주당이 김 후보자의 사적 만남과 기소유예 전력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사법부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지 부장판사의 법관 자질까지 직접 문제 삼았던 만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설명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이 지 부장판사 의혹 당시 형사처벌 여부에만 국한하지 않고 법관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처신까지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에게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기소와 관련해 대변인 명의의 논평만 내놓았다. 이주희 민주당 대변인은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며 "지 판사는 이제 재판 업무에서 손을 떼고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사법 신뢰를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지 부장판사 사건과 김 후보자 의혹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 부장판사를 가장 많이 공격한 사람이 당시 법사위 간사였던 김 후보자였던 것은 맞지만 두 사안은 결이 다르다"며 "야당이 그림을 잘못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에도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김 후보자가 해명했듯이 부정청탁의 예외로 명시돼 있다"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임명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지 부장판사의 경우 술값을 제공받은 금품·향응 수수 문제인 반면 김 후보자는 식약처에 전달한 내용이 부정청탁인지 통상적인 고충민원인지가 쟁점인 만큼 두 사안을 동일하게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 후보자가 특정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민원을 전달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고, 잘못이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비롯한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김 후보자의 과거 민원 전달 과정과 사건 관계자들과의 사적 만남이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공방은 오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현재까지 제기된 논란이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나 지명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추가 의혹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예정대로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