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 '경주기행'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집밥'과 '타짜4'까지, 그 누구보다 바쁘게 9월을 보내고 있는 배우 변요한이다. 단순한 열일이 아닌 작품마다 자신을 던진 도전이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노개런티 출연부터 세로형 시네마 그리고 20년 역사의 시리즈 주인공까지, 의미 있는 선택을 한 그가 흥행까지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먼저 변요한은 지난달 26일 스크린에 걸린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을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으로, 데뷔작 '갈매기'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변요한은 옥실(이정은 분)의 가족에게서 막내를 빼앗아 간 인물이자 8년 형을 마친 후 자유를 누릴 새도 없이 마취약에 잠든 채 네 모녀에게 납치되는 백상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더벅머리부터 덥수룩한 수염과 거친 피부에 치아 변색용 마우스피스를 착용하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외적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와 불안한 시선 처리 등으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어떠한 일을 기점으로 눈을 제대로 갈아 끼우며 내재된 잔혹성을 드러내는 섬뜩한 악인으로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변요한의 이러한 도전에는 노개런티라는 과감한 선택이 더해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첫 상업영화였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PD가 제작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는 그는 시나리오에 한 번, 이에 참여하는 배우들에 또 한 번 끌리면서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작품에 힘을 보태는 남다른 열정과 의리를 보여줬다.
이렇게 과감한 연기 변신과 좋은 작품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준 변요한은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오는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는 '아버지의 집밥'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정진영 분)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이정은 분)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자산어보' '동주' '왕의 남자'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여온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이자 숏드라마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피프티피프티의 '방과후 퇴마클럽: 소녀들의 밤'과 NCT 제노·재민의 '와인드업: 더 무비' 등 세로형 숏폼 드라마를 가로형으로 가공하고 새로운 서사를 추가한 극장판을 스크린에 건 것과 달리 14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세로형 프레임으로 선보이는 '아버지의 집밥'이다.
그리고 이는 원작이 가진 일상의 온기와 현실적인 공감대에 숏드라마 특유의 빠른 호흡과 밀도 높은 감정선을 더하며 완성도 높은 세로형 시네마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세로형 프레임 안에서 캐릭터의 깊은 구석까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좋은 부분들을 놓치지 않되 이야기적으로 깊어질 수 있도록 설정했다"고 자신했다.
이 가운데 변요한은 하응과 순애의 아들로서 가족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명복을 연기한다. 그는 요리를 시도하는 하응과 요리를 잊어버린 순애 사이에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세로형 화면은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보다 밀도 있게 담아냄에 따라 보는 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배우에게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숙한 극장 화면의 문법에 머물지 않고 영역을 넓힌 변요한이 숏드라마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인물의 감정을 그려내고, '경주기행'에서 악연이었던 이정은과 어떤 색다른 케미를 형성하며 아직은 낯선 세로형 시네마의 매력을 알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연달아 유의미한 도전을 펼치게 된 변요한의 다음 스텝은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 이하 '타짜4')로, 23일 극장가에 출격해 추석 연휴를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타짜4'는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 분)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같은 이름의 절친 박태영(노재원 분)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한판을 벌이게 되는 범죄 영화로, 동명의 허영만 만화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원작으로 한다.
앞서 '타짜'는 569만 명을, '타짜-신의 손'은 401만 명을, '타짜: 원 아이드 잭'은 222만 명을 동원했고, 화투와 포커 등 도박판을 대표하는 소재에 영화적 구성과 이야기를 접목하며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겨왔다. 그리고 '타짜4'는 약 2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네 번째 속편이자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주인공으로 나서는 변요한에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인 게 사실이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세계관 속에서 색다른 매력을 장착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선보임과 동시에 시리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타짜'라는 이름이 가진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1편의 흥행을 뛰어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4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를 모르지 않았던 변요한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를 피하기보다 배우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부담은 당연히 있었지만 누군가가 시리즈를 종결시켜야 하는 상황인 만큼 별로 피하고 싶지 않았다. 두려움은 잠시였고 잘 만들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만 신경 썼다"는 그의 답변에서 배우로서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변요한에게 '타짜4'는 단순히 유명 프랜차이즈의 주인공을 맡거나 필모그래피에 한 줄을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 또한 팬으로서 애정했던 시리즈의 마지막을 맡게 된 그가 화려한 홀덤 스포츠와 글로벌 카지노라는 한층 넓어진 무대에서 장태영으로서 '타짜'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 완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