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그룹 소녀시대의 효연 유리 수영이 결성한 유닛 효리수가 '정말로' 데뷔했다.
'정말로'라는 부사가 붙은 이유는 효리수 결성 초창기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이들의 정식 데뷔를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효연의 개인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 Hyo's Level Up'의 코너 '가짜 김효연' 코너를 통해 결성된 효리수는 같은 소녀시대 멤버인 티파니 영조차도 효연에게 "효리수라면 태티서처럼 네가 태연이야? 태연이한테 물어봤어?"라고 반문하며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범인(凡人)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프로젝트였다.
물론 데뷔 20년 차를 맞은 효연과 유리 수영의 능력치를 낮게 평가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음악에 대한 기대치보다 웃음에 대한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을 뿐이다.
실제로 효리수는 '가짜 김효연' 코너에서 뛰어난 개그 센스와 예능감을 유감없이 터트리며 '걸그룹'보다 '껄껄껄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8월 31일 오후 6시 싱글 'Skibidi(스키비디)'를 발표하고 기어코 정식 데뷔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Skibidi'에서 효리수는 '가짜 김효연'에서 보여준 웃음기를 빼고 '20년 차 경력직 신인 그룹'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효리수가 제법 진지하게 선보인 'Skibidi'이지만, 곡에 담긴 독특한 구성과 그 안의 숨은 의미들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먼저 제목인 'Skibidi'부터 그렇다. 'Skibidi'라는 단어는 러시아의 레이브 밴드 리틀 빅(LITTLE BIG)이 2018년 발표한 'SKIBIDI'에서 유래했다.
많은 레이브 음악이 그렇듯 이 음악과 뮤직비디오 역시 독특하고 우스꽝스러운 안무,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채워져 있으며 'SKIBIDI'라는 제목도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들썩들썩'과 같은 의성어나 추임새에 가까웠다.
이것이 2023년 'Skibidi Toilet(스키비디 토일렛)'이라는 인터넷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밈(Meme)으로 정착했고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이상한', '괴상한', '황당한' 등의 뉘앙스를 두루 품은 밈성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튜브 예능으로 인기를 얻어 실제 음원까지 발표한 효리수의 데뷔 과정과 제법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 단어다.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밈(Meme)으로 알려진 'Skibidi'를 의성어처럼 위트 있게 활용해 '우리만의 새 길을 만들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해 밈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운드적으로도 'Skibidi'는 '새로운 길'을 추구한다. 'Skibidi'는 하우스 기반 댄스 팝으로 시작해 중반부에서는 트랩 스타일의 힙합이 튀어나왔다가 일렉트로닉 클럽 음악처럼 드롭 구간 이후 방방 뛰는 사운드로 마무리된다.
세 가지 장르를 한 곡에 몰아넣은 구성은 마치 멤버 3인의 요구사항을 모두 집어넣은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세 사람이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음악적 요소를 적절히 조합한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장르 구분을 무시하고 진지함과 개그, 과장된 에너지를 섞어 '의도적인 혼돈'을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음악이지만 효리수에게는 가장 적합한 음악이 됐다. 애초에 '20년 차 신인그룹 효리수'라는 그룹의 존재 자체가 (이상한, 황당한의 의미로) 'Skibidi'스럽고, 이 그룹이 평범한 음악을 하는 모습이 더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효리수는 단순히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과로 '새로운 길'을 증명하고 있다. 'Skibidi'는 음악 플랫폼 멜론 TOP100 차트에서 최고 31위를 기록했고 일간 차트에서도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Skibidi'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차트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1위, 인기 급상승 음악 2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이같은 인기 배경에는 '가짜 김효연'에서 이들이 쌓은 서사와 높은 화제성도 작용했겠지만, 그것을 만든 장본인도 결국 효리수다.
결과적으로 효리수는 '20년 차 신인'이라는 황당한 설정을 뻔뻔하지만 의외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뻔뻔한 설득에 넘어갈지 기대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