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룸살롱 접대' 지귀연 기소…"2명이 409만원 결제"(종합)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뇌물수수 혐의는 적용 안 돼
고위공직자범죄 없이 '관련 범죄'만 기소한 첫 사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급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는 혐의를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5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사진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급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는 혐의를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5월 고발된 지 1년4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뇌물수수 혐의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400만 원대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관내 변호사 등에게 일명 '예약제 주점'에서 향응을 접대받은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수사 결과를 서울북부지법에도 통보하고 징계를 요청할 예정이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께 변호사 2명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 원 상당을 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 8조 1항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2024년 9월께 5명이 함께한 자리에서 총 41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팀은 당시 참석자가 5명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지 부장판사가 받은 향응액이 청탁금지법상 처벌 기준인 1회 100만원을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특히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 머문 시간과 관련해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도 파악했다. 수사팀은 택시 호출·승차 기록 등을 토대로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 들어간 뒤 약 4~5시간 이후 택시를 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2024년에는 체류 시간이 이보다 약 1시간가량 짧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구체적인 음주량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조사 결과와도 차이가 있다. 당시 지 부장판사는 한두 잔 정도 술을 마시고 자리를 떠났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자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결제·동선 자료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진술이 객관적인 정황과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향응 비용을 변호사 2명이 나눠 결제한 점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변호사 2명이 각각 별개의 향응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지 부장판사에게 함께 접대할 의사로 비용을 나눠 낸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3명이 같은 자리에서 술을 마신 특성과 비용을 나눠 결제한 경위 등을 종합해 두 변호사가 함께 접대할 의사로 비용을 나눠 낸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급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는 혐의를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박헌우 기자

공수처는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들이 지 부장판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재판상 편의 제공 등을 청탁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지만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의 수임 사건이 없는 등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수처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이 사실상 하나의 행위를 놓고 대가성 유무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지는 관계인 만큼 청탁금지법 위반을 '관련 범죄'로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뇌물수수는 대가성이 있으면 성립하고 대가성이 없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가는 관계로, 법률상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며 "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범죄인 만큼 공수처법상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법에 명시된 고위공직자범죄가 아닌 관련 범죄만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만 기소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 범죄를 함께 기소해왔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내부 법리 검토도 거쳤다.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관련 범죄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다수 의견을 받은 뒤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 부장판사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술에 취해 잠이 들었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같이 주점에서 오랫동안 장시간 동석해 술을 마신 것 같지 않고 잤던 것 같다는 취지"라며 "기존 진술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변호사 2명에 대한 처분도 검토 중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청탁금지법상 공여자인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수사권이 없는 구조여서 수사에 제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에서 일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돼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점 업주 계좌와 실제 비용을 결제한 이들의 계좌 등을 영장 없이 임의제출받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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