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채영 기자] 주인공 곤과 강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우정'부터 '가족애'까지 여러 이름이 붙지만 결국 그 모든 관계의 기반에는 '사랑'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달콤 쌉싸래한 뒷맛을 남기는 '아가미'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감독 안재훈)는 깊은 물속에 던져진 날, 아가미가 생겨난 세상에서 유일한 아이 곤과 그의 세계에 전부였던 존재들의 눈부신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자동차 옆자리에서 곤히 잠든 어린 곤에게 사과를 전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담배를 입에 문 그는 결국 운전대를 잡고 호수를 향해 돌진한다. 이어 화면이 전환되고 직장생활에 지친 해류가 등장한다. 택시비가 없어 다리 위를 걷던 그는 휴대폰을 주으려다 그만 강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죽음을 직감하며 지난 과거를 후회하던 해류에게 도움의 손길이 다가온다. 성인이 된 곤은 빠른 속도로 헤엄쳐 와 해류를 손쉽게 구하더니 다시 강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 곤을 만류하던 해류는 곤의 목뒤에 있는 아가미와 등에 난 비늘 그리고 두 다리가 물고기 몸통으로 변하는 과정을 목격한다.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해류는 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적어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다. 수많은 조롱 댓글 속에서 '인어 남자'를 알고 있다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다름 아닌 곤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강하다. 이에 해류는 강하를 만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아가미'는 귀가 즐거운 영화다. 정해인 강하늘 이청아 등 작품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담당해 대사 한 문장 한 문장에서 깊고 풍부한 감정이 느껴진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독백 내레이션부터 주체할 수 없이 감정이 널뛰는 순간까지 다양한 톤의 목소리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물론 조금의 어색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전문 성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 익숙하다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같은 연기임에도 성우와 배우의 차이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가미'의 특별함이 배가 되다. 보이는 화면은 2차원의 그림이지만 들리는 대사는 영화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다채로운 색감의 작화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곤의 무지갯빛 비늘부터 강하의 생모 이녕이 보게 되는 환각 등을 아름답게 구현해 내며 판타지 소재가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또한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거리가 간직한 낭만을 섬세한 그림으로 펼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가미'는 어린 곤과 강하의 첫 만남에서 시작해 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강하가 해류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옛날이야기 그리고 해류가 곤에게 전달하는 강하와의 대화 내용 등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이는 인물이 가진 서사가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미 다 자란 곤과 강하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부터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잦은 전환으로 인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관객의 궁금증을 서서히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가미'의 핵심은 결국 곤과 강하의 관계성이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한 지붕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는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사이는 친밀하다고도, 멀다고도 할 수 없다. 특히 둘의 사춘기 시절은 위험하게마저 느껴진다. 예민함으로 뭉친 강하의 뾰족한 말과 행동들이 곤을 아프게 찌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진심은 큰 위기 앞에서 드러난다. 곤의 정체가 탄로 나려고 하면 언제든 강하가 가장 먼저 달려온다. 그는 생모의 죽음 앞에서도 남들과 다른 특징을 가진 곤의 안위를 걱정한다. 곤도 그런 강하를 잊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있는 순간에도 강하에게 자신이 본 풍경을 전하려고 애쓰고, 그를 만나기 위해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난다.
작품은 곤과 강하의 관계성을 계속 애매하게 풀어낸다. '우정'과 '가족애' 나아가 '사랑'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감정을 끊임없이 비춘다. 때문에 영화가 막을 내린 후에도 관객은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 다만 강하가 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는 한마디가 맴돈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5분이다. 쿠키영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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