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명예롭게 군복은 벗었지만 그의 꿈은 바뀌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김유신 장군을 보며 품었던 '남북통일'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꿈이다.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 의원과의 대화는 삼국통일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존경했던 장군이 김유신 장군이었다"며 "나도 커서 장군이 돼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그때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꿈은 1980년의 김 의원을 육군사관학교(40기)로 이끌었다.
39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정치인이 된 지금도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군 생활을 하면서도 남북통일 전략을 많이 세웠다. 물론 무력이 아닌 평화통일"이라며 "지금도 그 꿈은 'ing', 진행형이다. 정치에 입문한 것도 그와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된 뒤에도 우리 군의 미래는 그의 주요 관심사다.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교의 통합을 마냥 반길 동문은 없을 것이다. 김 의원 역시 육사 통합에 개인적인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미래 전쟁 양상에 대비할 수 있는 통합형·합동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래전은 우주와 사이버, 육·해·공군, 전자전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고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육·해·공군의 작전 영역이 비교적 명확히 나뉘었던 과거와 달리 미사일과 드론 등 현대 무기체계는 각 군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육사를 가는 순간 전장을 육군의 관점에서 보는 스펙트럼이 형성되고, 공사를 가면 공군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며 "처음부터 통합형 인재로 만들면 다른 영역을 받아들이기가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통합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육·해·공군의 특성이 다른 만큼 한곳에서 각 군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김 의원은 "사관학교 4년 동안은 일반 대학과 같은 학사과정과 기본 군사교육이 중심"이라며 "공군의 조종이나 해군의 함정 운용 같은 전문교육은 임관 이후 본격적으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해·공군의 기본 군사훈련은 상당 부분 공통으로 할 수 있다"며 통합에 따른 교육·훈련 공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동문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감정적 반발과 정책적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인 아쉬움보다 국가와 미래 세대의 안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통합사관학교 창설을 추진했지만 해·공군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각 사관학교 간 교류교육과 육·해·공군 합동 임관식 등 제한적인 형태의 교류만 남았다.
김 의원은 당시 결과를 "호랑이를 못 그리고 고양이를 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때가 이미 15년 전"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전문가인 그에게 최근 또 하나의 역할이 부여됐다. 민주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단장에 김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전작권 환수를 "국민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6·25 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된 한국군 작전 지휘권은 이후 한미연합사 체제로 이어졌고,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현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만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우리 군을 우리 스스로 지휘하는 당연한 권한을 되찾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지낸 그는 "39년 군 생활 경험을 이번 TF에 쏟아붓겠다"며 "전작권 전환은 이번 정부 임기 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부터 준비해 온 사안으로 우리 군은 이미 넘겨받을 준비를 갖췄다"며 "언제 전환해도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TF에서는 정부의 전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여론 형성과 대미 의원외교, 예산·입법 지원 등을 통해 전작권 환수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원은 "국회가 나서면 정부의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며 "국민을 대표한 국회에서도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한미 간 논의 과정에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전작권 환수가 한미동맹이나 대북 억제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는 유지되고,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은 그대로이고,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을 우리가 갖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관학교 통합과 한반도 통일. 얼핏 다른 두 과제지만 김 의원에게는 맞닿아 있다. 군인으로서 미래전에 대비한 강한 군을 고민해 왔다면, 정치인으로서는 그 힘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겠다는 그림이다.
그가 그리는 통일에는 순서가 있다. 첫 단계는 남북 간 대화를 다시 여는 것이다. 이후 평화체계를 구축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확대해 경제·문화적 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봤다. 정치적 통일은 그 뒤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딱딱한 '4성 장군' 이미지와 달리 김 의원은 전역 후 유튜브와 방송, 강연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졌다. 특히 군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전략을 풀어낸 '김병주의 손자병법'은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 콘텐츠로 회자된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48만2000명으로,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정청래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역 후 시작된 인생 2막은 정치로도 이어졌다. 민주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아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정치인이 된 뒤에도 유튜브를 국민과의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주블리 김병주'에 대해 "국민과 직접 만나는 열린 소통 창구로 쓰고 있다"며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구독자 수가 두 번째다. 많이 구독해 달라"고 웃었다. 이어 "국회의원은 영리활동 금지 의무가 있어 유튜브 수익은 전혀 없다"며 "순수하게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용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북한을 통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본질은 같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은 군복을 벗어도 변하지 않는다"며 "명령을 수행하던 군인에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 헌신의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