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하지원에게 '비광'은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데뷔 31년 차지만 신인보다 더 신인의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고 그 과정에서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시야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영화의 힘이 스크린 너머에 있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닿길 바라고 있다.
하지원은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 개봉을 앞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톱스타였지만 갑자기 나타난 중구(류승룡 분)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한순간에 추락한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남미로 분해 '담보'(2020) 이후 약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비광'은 2021년 촬영을 끝낸 작품이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다가 약 5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하지원은 "기다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개봉한다니까 정말 기쁘고 벅차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제가 참여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9월 2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와 남미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지원 감독의 신작이다.
"작품을 제안받았을 시기에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그런데 남미도 저처럼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서 더 궁금증이 생겼고 연기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파격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고요."
극 중 남미는 타고난 매력과 열심히 활동하며 쌓아온 명성으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는 톱스타였지만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로 인해 그와 파경을 맞이한 이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주어진 일을 해내는 인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딜레이되면서 긴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가질 수 있게 됐고, 이에 이지원 감독과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간 하지원이다. 그리고 이러한 꼼꼼하고 치열한 과정은 그가 현장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준비한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됐다.
"남미는 톱스타에서 추락하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버티고 다시 올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사회가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결국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죠. 이러한 설정을 지닌 인물이 어떤 마음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숙성시키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생활감이 묻어나오는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겹겹이 쌓았고요. 이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길었던 것 같아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 특성상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지원은 속 시원하게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배우로서 가장 생각이 많았을 때 남미를 만났고, 몰입과 함께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도 거쳤다. 그러면서 과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장착하고 흡연과 욕설 연기 등으로 추락한 여배우의 날 것을 거침없이 그려내며 지금껏 해본 적 없는 결의 캐릭터에 뛰어들었다.
"도전이 마냥 좋은 건 아니잖아요. 굉장히 힘들고 떨리지만 작든 크든 이러한 시도를 하면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장 고민이 많았을 때 남미를 연기해서 정말 많이 떨었고 신인보다 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찍었어요. 또 그만큼 현장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이게 저한테 정말 소중하다는 걸 다시 알려줬어요."
'비광'으로 이지원 감독을 처음 만난 하지원은 지난 4월 종영한 ENA '클라이맥스'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그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신 분이에요. '비광'의 개봉을 기다리면서 편집과 후반 작업을 계속하셨고 후시 녹음도 한 3번 했어요. 영화의 모든 부분이 감독님의 손을 거쳤죠. '비광'을 하면서 정말 공들여서 탄탄하게 만든다는 걸 느꼈고 이번 작품보다 확장된 장르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클라이맥스'도 출연하게 됐죠. 감독님과 또 하고 싶었어요." 이어 부부로 호흡을 맞춘 류승룡을 향해서는 이유 있는 존경심을 드러냈다. 하지원은 "평소에 아재 개그를 할 때는 재밌는데 촬영에 돌입하니까 묵직한 존재감으로 연기하시더라. 존재감이 주는 깊이가 너무 멋있었다. 존재 자체가 너무 컸고 제 연기를 잘 받아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드라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시크릿 가든' '기황후' '커튼콜', 영화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수많은 대표작을 탄생시킨 하지원이다.
그럼에도 배우로서 매번 다른 장르와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뛰어들었던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26학번 지원이요'를 통해 경희대학교 26학번 새내기로서 실제 대학생들과 편하게 지내는 일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23년 만에 MBC '음악중심'에 출격해 '홈런' 무대를 선보이며 도전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왜 이 소중한 걸 몰랐을까요. 20대 때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너무 바빴다 보니까 학교생활을 누리지 못했거든요. 이번에 동아리도 처음 해봤고 학생들도 저를 진짜 신입생처럼 대해줘서 20대 지원이로 돌아갈 수 있었던 낭만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갇혀있지 않고 확장해서 많은 세상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비광'을 만나 직업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하지원이다. 그 자체만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을 약 5년 만에 세상에 꺼내게 된 그는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고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고민이 많을 때 저희 영화를 보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제가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던 만큼 많은 분께 터치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