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3일 앞둔 2일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국 측 작가들이 전격 철수 등 공식 입장을 발표키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둘러싸고 한·중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중국관 파빌리온에 참여한 한 큐레이터는 2일 "3일 광주 서구 하정웅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정웅미술관은 중국관 파빌리온이 마련돼 있으며, 최근까지 중국 작가들이 이곳에 작품 설치에 나섰다가 '대만관' 명칭 변경 논란 이후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70%가량 설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의 철수가 현실화하면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사상 처음으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지는 등 오점을 남기게 된다.
사태의 발단은 광주비엔날레와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이 이번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참여를 계약한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주비엔날레는 홍보자료 등에 대만관을 국가관이 아닌 기관관 'NTMoFA'로 표기했다.
그러나 대회 개막이 임박한 최근 대만 측이 '대만 파빌리온(Taiwan Pavilion)'으로 명칭 변경을 요구했고, 광주비엔날레 측은 '계약 주체가 국립대만미술관'인 만큼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사실이 대만과 한국 SNS에 퍼지면서 '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 논란으로 이어졌고, 광주비엔날레 측은 결국 지난달 26일 '대만 파빌리온' 명칭 변경을 승인했다.
다음 날인 27일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는 전남광주통합시장 취임 인사차 광주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형배 시장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민 시장은 '정치적 판단이 예술 영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칭 변경 승인 이틀 뒤인 28일에는 하정웅미술관에서 중국 측 작가들과 전시 인력이 오전 11시쯤 설치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이들은 2일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다가 전격 철수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큐레이터와 민간단체인 '한중교류촉진위'는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기존의 '국립대만미술관 파빌리온'을 '대만관'이라는 국가관 형태로 변경해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심각한 우려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초 체결된 협약과 국제행사의 통상적인 원칙에 따라 '국립대만미술관'이라는 기관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와 외교적 충돌을 방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파문이 커지자 전남광주시는 지난달 31일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전남광주시는 "파빌리온 참여기관과의 협의 절차에서 미비점이 있었고, 행사 준비 과정에서 운영상 차질이 발생했다"며 "전남광주시는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맞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은 예술 영역에서 참여 예술가들에게 맡겨진 표현일 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광주비엔날레 당연직 이사장인 민형배 시장은 이어 지난 1일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과 지역 미술계 반응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대만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명칭·대외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급기야 이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중국 측은 파빌리온 전격 철수를 결정했고, 이로써 행사는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18년부터 본전시 이외에 국가관과 기관관 형태로 운영되는 특별전 방식의 파빌리온을 도입했다. 대만은 13회 때 기관관으로 처음 참여했고, 올해가 두번째다. 중국은 14~16회 연속으로 국가관으로 참여했다.
차평철 광주비엔날레 마케팅홍보팀장은 "중국 측으로부터 파빌리온이나 본전시 참여작가들의 철수 여부는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주제로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시내 일원에서 오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펼쳐진다.
본전시에는 재단 선정 글로벌 커미션 작자 9명을 포함 40여 명이 300여 점의 각종 예술작품을 설치, 전시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빌리온에는 세계 27개 국가, 도시, 문화예술기관 등이 참여해 각각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고 백남준 씨가 같은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을 계기로 아시아 대표적 비엔날레 창설을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5·18민주화운동의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을 문화적으로 승화하고,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지방화 정책에 힘입어 급조하다시피해 같은 해 9월 첫 행사가 열렸다.
이후 광주비엔날레는 전 세계에서 예술가들을 초청해 문화적 정체성, 인권, 사회정의와 같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