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플레이리스트 109'가 저마다의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한 노래를 모아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삶과 노래를 연결해 '버팀송'을 완성하는 취지 자체는 진한 울림을 남긴다. 그러나 특별한 기획과 달리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익숙함을 지우지 못했다. '플레이리스트 109'가 따뜻한 위로를 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할 때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오늘을 버틴 노래 - 플레이리스트 109'(이하 '플레이리스트 109')는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를 버티게 해 준 '버팀송'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총 8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09는 '한 명의 생명도(1) 자살 없이(0) 구하자(9)'는 의미를 담은 번호다. 전화 상담이 힘든 순간에 놓인 사람을 다시 일상으로 이끌 듯 '플레이리스트 109' 역시 각자의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노래를 모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에 가수 이석훈 이준 딘딘이 MC를 맡아 배우와 가수부터 소방관, 상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삶과 '버팀송'을 수집한다. 목표는 총 109곡이다.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107곡을 모은 뒤 마지막 두 곡은 직접 제작해 전 국민을 위한 109곡의 '버팀송'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할 예정이다.
출발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힘내라'는 직접적인 말 대신 누군가가 실제로 힘든 시간을 버틸 때 들었던 노래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사람마다 살아온 시간도, 견뎌낸 방식도, 힘이 된 노래도 모두 다른 만큼 이야기의 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첫 회부터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첫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박신양은 유학 생활과 당시 자신에게 힘이 돼준 사람, 러시아에서 즐겨 들었던 노래 등을 이야기했다. 이후에도 배우와 가수는 물론 소방관, 상담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출연자가 등장해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노래를 꺼내놨다.
사연을 먼저 듣고 난 뒤 이어지는 노래는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인다. 평소라면 익숙하게 흘려들었을 곡도 한 사람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얻는다.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노래가 내 삶을 버티게 했는가'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플레이리스트 109'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출연자의 삶을 충분히 들여다본 뒤 노래로 감정을 이어가는 방식은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위로와 잘 맞아떨어진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며 자신에게 위로가 된 노래를 꺼냈고, 배우 차인표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던 청춘 시절의 기억을 한 곡의 노래와 연결했다. 박소담 역시 아픈 시간을 겪은 뒤 달라진 삶의 속도와 자신을 지탱해 준 음악을 이야기했다.
3MC의 존재감도 강점이다. 이석훈 이준 딘딘은 모두 음악과 가까운 인물인 데다 각자 다른 색의 보컬을 지니고 있다.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직접 노래를 불러주거나 함께 듀엣을 하는 장면은 단순한 토크에서 끝날 수 있는 감정을 한 번 더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일정된 틀 안에서 반복된다는 데 있다. 출연자를 찾아가고 그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듣고, 당시 힘이 된 노래를 꺼낸 뒤 라이브 무대를 꾸미는 형식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버팀송'이라는 키워드는 분명 새롭지만 방식 자체는 여러 토크와 음악 예능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플레이리스트 109'를 보고 있으면 분명 좋은 이야기를 듣고 있음에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따라온다. 스타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곡을 듣거나 음악을 통해 추억과 사연을 환기하고 마지막에는 라이브로 감동을 완성하는 흐름은 이미 익숙하다.
그럼에도 '플레이리스트 109'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까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버티게 한 노래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해 이를 다시 모두를 위한 노래로 돌려준다는 기획은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석훈 이준 딘딘은 지난 22일 첫 번째 공식 음원 '같이'를 발매하기도 했다. '같이'는 힘든 순간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세 사람이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버팀송'과 삶의 이야기를 들은 뒤 직접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오는 28일에는 딘딘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두 번째 공식 음원 '109'도 공개된다.
사람들의 삶에서 107개의 '버팀송'을 수집하고 마지막 두 곡은 직접 만들어 109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한다는 처음의 목표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결국 '플레이리스트 109'의 강점은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하루를 버티게 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에 있다.
다만 좋은 의미가 곧 새로운 예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버팀송'이라는 소재와 109곡을 완성한다는 목표가 특별한 만큼 이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프로그램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익숙한 토크와 라이브의 문법을 넘어설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잠시 위로를 건넨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인생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플레이리스트 109'는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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