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연이은 변동성 장세를 겪으면서 요동치던 국내 증시가 최근 급격히 에너지를 잃고 박스권에 갇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을 흔들던 변동성은 가라앉았지만 과거 지루하게 이어졌던 고질적인 '박스피'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28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인 25조7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던 지난 5월과 6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모두 50조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주식의 손바뀜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장주식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을 0.54%로 역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전체 상장주식 1000주 중 고작 5.4주 안팎만 거래됐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증시 유동성이 고갈된 원인으로 변동성 장세에서 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내상을 꼽는다. 급락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개인 상당수가 강제로 장기 보유 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장 내 매수 여력 자체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자금이 다시 미국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유동성 가뭄을 부채질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때 140조원에 육박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96조7091억원까지 감소해 100조원 선도 무너진 상태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28일 기준 1867억달러로 전월 대비 8.86% 급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코스피 강세를 이끌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도주의 부진 장기화도 상방 압력을 차단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중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9일 고점(37만4500원) 대비 31.37% 급락한 25만7000원에 거래됐고, SK하이닉스 역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6월 25일 종가(298만7000원)보다 44.66% 하락한 165만3000원에 머무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외인의 순매도세가 맞물려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잦아든 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소 소강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서도, 9월 증시 반등을 기대해볼 여지가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지수(VKOSPI)는 6월 말 97에서 8월 말 50으로 낮아졌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와 예상 리밸런싱 부담도 고점에서 감소했다"며 "변동성이 낮아지면 위험한도를 줄였던 외국인 장기 자금이 한국 주식을 다시 편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금리 상승분을 반영해도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다는 점과 함께 9월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디스카운트 핵심인 불신이 완화되면 큰 폭의 상방(상승 가능성)이 열려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