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심각한 저출산·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양국 청년 노동시장을 서로 개방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를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로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30일 최 회장은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 및 저출산 대응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저출산은 성장 잠재력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올리는 치명적인 문제"라며 "양국 경제를 공동체적으로 합해 시장을 키우고 비용을 줄인다면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교류위원회는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인구 위기라는 공통 과제에 민간 차원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협력 채널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한국 측 위원장인 최 회장과 일본 측 위원장인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양국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 회장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핵심 원인으로 불안정한 고용과 소득을 지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 협력 3대 방안으로 △양국 간 취업·교육 기회 확대 △지역 간 교류 활성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특히 최 회장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취업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노동시장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양국을 오가며 일할 수 있도록 한 나라에서 쌓은 경력과 자격을 상대국에서도 인정받게 해야 한다"며 "수도권에 집중된 교류를 양국 지방으로 넓히고, 돌봄로봇이나 의료 AI 기술을 공동 실증해 노동력 부족과 복지 부담을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한상의와 일본 측 민간 싱크탱크가 20~30대 양국 청년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일 청년 의식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 결과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조건'으로 한국 청년의 56.0%, 일본 청년의 46.7%가 '경제적 부담 완화'를 1순위로 꼽아 양국 모두 고용과 소득 안정이 출산의 전제 조건임을 보여줬다. 미혼자 중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일본(42.4%)이 한국(18.6%)보다 2.3배 높았다.
발제자로 나선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청년이 갈 수 있는 기회의 장소를 일본으로까지 넓히는 것이 강력한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며 비자 발급, 자격 인정, 사회보험 연속성 등 장벽을 낮추는 구조적 개혁을 주문했다. 교류위원회는 향후 공동 연구와 조사를 정례화하고 연 1회 양국을 오가며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2차 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