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에 147만호+α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융·세제 등 수요 측면의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과 비교하면 연평균 29만호가 넘는 공급 목표 자체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데다, 국내 주택시장의 선분양 구조상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간 사업자의 자금 조달과 사업 추진이 막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8·13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정부의 8·13 정책에 대해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다"며 "다만 금융·세제 등 정책 수단 간 정합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해 6·27정책과 9·7정책, 10·15정책에 이어 올해 8·3세제개편안, 8·13정책까지 다섯 차례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놨다.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 물량을 늘리고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선제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 시차를 줄이고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 임기 내 수도권에 147만호+α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9·7정책의 135만호에 2030년까지 12만호+α를 추가해 연평균 공급 목표를 29만4000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는 공공택지 5.7만호+α, 도심 공급 확대 0.5만호+α, 민간 금융·세제 지원·규제 완화 5.9만호+α 등으로 구성된다. 임기 이후까지 고려하면 총 23만호+α의 추가 공급 효과가 기대된다.
공공택지는 조성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도입한다. 서울 강서·남양주 도심·경기 광주역세권 등 신규 지구를 3~4년 안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건산연은 공급 물량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급 목표를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연결하려면 금융·세제 등 수요 측면의 정책 수단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국내 주택공급은 수요자 자금을 활용하는 선분양 구조가 대부분"이라며 "실효성 있는 수요 진작책이 없으면 사업자의 개발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규모 공급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수요 진작책을 병행한 독일(연 40만호)·영국(연 30만호)도 공급 목표 달성률이 50~70% 수준에 그쳤다"며 "공급 정책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최근 실적과 비교하면 '연 29만호'는 높은 벽
수도권 연간 29만4000호라는 목표도 최근 주택 착공 실적에 비춰보면 만만치 않다.
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은 6만5000호에 그쳤다. 9·7정책에서 제시한 올해 연간 목표치 26만9000호와 비교하면 상반기 달성률은 24.2%에 불과하다. 서울은 19.3% 수준이다.
장기 실적을 봐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2010~2025년 최근 16년간 수도권에서 한 해 착공 물량이 29만4000호를 넘어선 경우는 2015~2017년과 2019년 등 네 차례뿐이었다. 2025년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16만7000호로 8·13정책의 연간 목표치의 56.8% 수준에 머물렀다.
건산연은 앞으로 5년간 매년 최근 5년 평균인 18만1000호의 1.5배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져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특히 최근 5년간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의 83.4%를 민간이 담당한 만큼 민간 건설·개발시장의 회복 여부가 공급 목표 달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행정·금융 역량을 총동원해 집행 속도를 높이고 정책 집행 초기에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건산연은 제언했다.
공공택지와 도심 정비사업 역시 단순히 행정절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공공택지의 37개월 착공모델은 일부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부지 조성 기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건산연 설명이다.
3기 신도시 사례에서도 후보지 발표부터 최초 부지조성공사 착공까지 인천계양은 약 40개월이 걸렸지만 남양주왕숙과 하남교산은 각각 54~57개월이 소요됐다. 지구별 편차가 컸던 것이다. 보고서는 "보상·이주·철거 등 현장 여건에 따라 사업 기간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지구와 블록별 핵심 지연 요인을 찾아 집중적으로 해소하는 현장 중심의 사업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도심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등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사업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적상한용적률 1.3배 특례가 공공 정비사업에만 적용돼 민간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사업 시행 주체가 아닌 공공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수요·금융·세제·임대차·도시계획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 정책의 목표도 단순한 물량 확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8·13정책은 임기 내 수도권 147만호+α라는 명확한 공급 확대 기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선분양 구조상 실효성 있는 수요 진작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급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책의 성패는 서로 충돌하는 정책과 이해관계를 일관된 원칙 아래 조정하고 개별 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속한 집행 속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