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리=김태환 기자]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와 금융불균형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근원물가 압력이 높아지고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는 긴축의 누적 효과와 취약차주 부담 등을 확인하며 추가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 눈높이 높인 한은, 물가·가계빚 경계…추가 인상 속도는 조절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무엇입니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지난달 16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두 달 연속 '백투백 인상'입니다.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습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은 2.75%로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핵심은 한은이 경기와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불과 석 달 전보다 강해졌다는 점입니다.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비도 회복되는 가운데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위험도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줬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졌는데도 금리를 또 올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7%, 내년은 2.3%로 유지했습니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 2.6%까지 높아졌습니다. 한은도 근원물가 전망을 올해 2.4%에서 2.5%로, 내년은 2.3%에서 2.5%로 각각 상향했습니다.
국제유가 등의 영향으로 겉으로 보이는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개인서비스와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경제 내부의 물가 압력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성장률 전망을 크게 올린 것도 금리 인상과 연결돼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5월 2.6%에서 3.3%로, 내년은 2.1%에서 2.9%로 크게 올렸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강한 데다 기업 이익 증가가 임금과 배당 등을 거쳐 가계소득과 소비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봤습니다.
특히 경제의 실제 성장세가 잠재 수준을 웃도는 GDP갭 플러스 전환 시점도 기존 전망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장률 상향은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딜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도 있는 셈입니다.
-신현송 총재가 이번 인상을 '호미'에 비유한 것도 이런 이유인가요.
-네. 신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다"며 이번 금리 인상을 선제 대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가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높아진 뒤 대응하면 나중에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신 총재가 이번 연속 인상을 "상당히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 일정한 긴축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르는 상황을 막겠다는 계산입니다.
-두 달 만에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면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우선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 수요를 완화하고 물가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두 달 연속 인상 자체가 물가를 잡겠다는 강한 신호가 되면서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대출을 통한 자산 매입과 레버리지 확대를 억제해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 총재도 금리가 집값을 잡는 '특효약'은 아니지만 금융불균형 완화에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는 금융취약지수(FVI)를 신 총재가 직접 언급한 것도 한은이 금융안정 위험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겠네요.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대출을 많이 받은 가계와 기업입니다. 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변동금리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특히 취약차주와 자영업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가계의 이자 지출이 늘면 소비 여력이 줄고 기업도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투자를 미룰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계대출과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건설사나 PF 사업장의 금융비용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한은은 이런 부작용보다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뒤늦게 잡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황건일 위원의 동결 소수의견은 긴축 방향 자체에 대한 이견인가요.
-신 총재는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라기보다 인상 시점을 둘러싼 '전술적 차이'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지만 8월에 바로 한 번 더 올릴지, 조금 더 지켜볼지를 놓고 판단이 갈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기준금리 3.00%가 이번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은 아닌 거죠.
-현재로서는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3.25%입니다.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신 총재도 앞으로 네 차례 금통위가 남아 있는 가운데 중간값 3.25%는 지금보다 한 번 정도 더 올리는 '완만한 인상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3.25%가 확정된 최종금리는 아닙니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회의는 다 라이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두 달 사이 0.50%포인트를 올린 만큼 앞으로는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를 확인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볼 지표는 무엇입니까.
-역시 물가가 첫 번째입니다. 다음 금통위 전까지 나오는 8월과 9월 물가, 특히 근원물가 흐름이 중요합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기업 이익이 임금과 배당, 가계소득을 거쳐 소비로 얼마나 확산되는지도 핵심입니다. 신 총재는 한은의 미시자료 분석에서 반도체 기업의 수익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뿐 아니라 이미 올린 0.50%포인트가 물가와 가계대출, 소비와 투자에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한은으로서는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잡으면서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에 긴축 충격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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