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각자의 길 갔으면" 호소에도…응답 없는 동생 조현문


효성家 '형제의 난' 강요미수 재판 19차 공판
재판부 "직접 신문하겠나" 질문에 조현문 "의향 없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요 미수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효성그룹 오너 일가 형제가 일주일 새 두 차례 같은 법정에 앉았지만 결국 말을 섞지 않았다. 마지막에 재판부가 제안한 신문 형식의 대화 기회도 무산됐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강요미수 등 사건 19차 공판. 21일에 이어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증인석에, 동생 조 전 부사장이 피고인석에 다시 앉았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2014년 경영권 분쟁 이후 지난주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만 나눈 뒤 서로 시선을 피했다.

이날 신문은 조 전 부사장 측과 공동 피고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측이 차례로 나서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양측 변호인의 질문은 세무조사와 언론 보도 경위, 지라시 배포 의혹과 별건 사건 등 이 사건 공소사실 밖의 사안으로 넓게 이어졌다. 조 회장이 직접 겪지 않은 제3자 사이의 일이나 전해 들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재차 확인하는 질문이 반복되면서, 조 회장이 "내가 그 질문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해달라", "정해진 시간 안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해 물어달라"며 진행을 재촉하기도 했다.

신문 도중 조 전 부사장 측이 조 회장 증언의 신빙성을 깨기 위해 제시한 박 전 대표의 녹취 재생이 중단되기도 했다. 음질이 좋지 않아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데다, 재생 구간과 제시된 녹취록의 범위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증인에게 제시하고 질문하려면 증인이 그 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녹취록을 먼저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조 회장도 "허락 없이 녹음했다면 대화 전문을 보여달라"고 말했지만 전문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번 사건 수사가 애초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확보된 자료에서 시작됐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기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공갈미수로 고소됐다가 친족 사이 재산 범죄에 적용되는 고소 기간이 지나 처분되자, 강요미수로 혐의가 바뀌었다는 점도 문제 삼아왔다.

조 회장은 신문 말미에 심경을 밝혔다. 그는 "각자의 길을 가고 우리 가족이 더 이상 고소·고발과 민형사 소송으로 괴롭힘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재산상 이득을 원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이야기해 달라, 그러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동생이 보유한 비상장 지분에 대해서도 "부동산 회사 주식은 소각하면 그만이고, 노틸러스효성 주식은 원한다면 제대로 평가를 받아 그 평가액을 지불하고 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아버님의 유언"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신문이 모두 끝난 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직접 신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형에게 직접 물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는 "없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신문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말은 없었다.

조 회장이 언급한 지분은 형제의 아버지인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생전에 삼형제에게 나눠준 것이다. 조 회장 증언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삼형제가 서로 어려울 때 도울 수 있도록 부동산 3사 지분을 나눠 갖게 했다. 형제가 각각 한 회사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나머지 두 형제가 10%씩 참여하는 구조다. 효성티앤에스로 사명이 바뀐 노틸러스효성 지분도 조 회장 17.73%,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14.13%다. 서로 지분을 나눠 가진 구조여서 한쪽이 정리하려면 다른 형제의 협조가 필요하다.

2014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형제의 난'은 1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협박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조 회장은 언론인을 통한 우회적 압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이날 자신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과 민형사 사건이 회사와 임직원까지 포함하면 수십 건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현준·조현문 형제는 이 재판 외에도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조 명예회장 별세 이후 상속을 놓고 대립하면서 유류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24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속재산의 사회 환원과 형제간 화해 의사를 밝혔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조 회장은 이날 유류분 소송을 언급하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7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 채택 여부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증인신문이 아닌 만큼 형제가 다시 마주 앉을 일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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