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개편 방향, 대상 줄고 빈곤 노인에 실효성 논란···"원점서 공론화해야" 


선정기준 변경, 차등지급 방향
대상 축소...여유없는 노인 제외 우려
가난한 노인 생계급여 깎여 효과없어..차상위 인상 미미

2025년 9월 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노인들이 자리에 앉아 쉬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기준을 바꾸고 가난한 노인에 더 지급하는 정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급자가 줄고,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편 논의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정책 대상자인 국민과 공론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9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바꾸고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노인 소득 하위 70%에 월 34만9700원을 똑같이 지급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신규 대상자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90% 이하인 자로 바꾸고 점차 80%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급액도 동일 금액이 아닌 소득 수준에 따라 3등급으로 차등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중위소득 0~20% 저소득층 노인에는 월 지급액을 2028년 40만원까지 높인다. 기준중위소득 20% 초과~40% 노인은 이보다 낮은 금액을 인상한다. 40% 초과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은 동결한다. 정부는 이러한 개편 방향을 두고 저소득층 노인들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노인들과 전문가들은 수급자가 기존보다 줄어들고 저소득 노인 보호 효과도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강사는 "정부가 논의중인 방안으로 기초연금 제도를 바꾸면 수급자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올해 기초연금 단독가구 선정기준액 월 247만원은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의 96%다. 대상자를 기준중위소득 90%로 낮춘 후 최종적으로 80%까지 낮추면 수급자는 기존보다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축소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연금액이 동결되는 노인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시민단체와 노조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은성진 사무국장은 "기존 소득 하위 70% 경계에 있는 노인들은 선정기준을 겨우 통과해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며 "이번 개편 방향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으로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소득 상단 노인들에서 가져와 하단 노인들에 붙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통상 중위소득 75~200% 구간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기준중위소득 90%는 그 아랫 부분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기초연금액 지급에 따른 노인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초연금 재원 자체를 늘려 하위 소득 노인들의 지급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 경우 기초연금액이 올라도 그만큼 생계급여에서 자동 삭감돼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초연금액만큼 다음달 생계급여액이 자동으로 줄어든다.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되는 노인은 지난해 기준 약 78만명이다.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호태(82)씨는 "기초연금액이 올라도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삭감 당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단체 연대모임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도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문제를 규탄했다.

하지만 기초연금만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갈현숙 강사는 "소득 하층 노인 지급액을 높여도 생계급여액에서 그만큼 줄어들어 '아래를 두텁게'하는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초연금만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등 다른 수급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논의중인 기초연금 개편 내용으로는 노인 빈곤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본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인상 효과가 없고 차상위 층도 소폭 인상에 그친다"며 "정부 목표는 기초연금 재정 절감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저소득층 노인 간에 소득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작은 소득 차이로 기초연금액을 달리 지급해 갈등 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기초연금 제도 개편 추진 과정에서 정책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시민들과 공론화 없이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은성진 국장은 "지금 언론에 알려진 내용의 기초연금 개편안은 가난한 노인들에 실제 소득 상승 효과가 없고, 수급자만 줄어든다.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 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초연금 개편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 움직임을 멈추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부가 예상하는 수급자 수 변화, 수급자별 지급액 변화 등을 공개한 후 원점에서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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