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절차적 완결성 갖추지 못해"


강유정 수석대변인 브리핑
"제청권, 임명권 무력화 아닌 올바른 행사 뒷받침하는 권한"
"권한 상호존중하라는 헌법 취지 저버려"

청와대는 28일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과 관련,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청와대는 28일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과 관련,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제청이 헌법 상 임명권과 제청권에 대한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그간 협의 아래 제청-임명이 이뤄진 관행은 임명권자 또는 제청권자 중 어느 한 쪽의 의사만으로 최고 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인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에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한다"며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에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 서로 다른 헌법 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 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지난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대법원장은 7개월이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지난 18일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며 "사법부가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법원행정처가 손 후보자 제청 직전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4명의 후보자에게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사실도 문제삼았다. 앞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시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어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후보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제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에서 가진 4부요인과 회동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또한 그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임명"이라며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결과에 앞서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부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오랜 기간 시민들과 법조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요구이며, 이는 최고 법원이 우리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라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라며 "재제청 요청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예정한 상호견제의 한 방식으로서 제청이 각 기관에 대한 존중의 토대에 의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홍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이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온전한 재판 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장기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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