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형식적 무죄' 논란…"법적 판단과 정치적 평가는 별개"


별건 탐색 녹음·파생 진술 배제…재판부 "영장주의 위반"
법원, 전자정보 절차 엄격 판단 추세…권성동·이재용도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각에서는 위법수집증거 원칙에 따라 무죄가 됐을 뿐 사실상 유죄라고 반박한다. 다만 법적 유·무죄 판단과 정치적 평가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뇌물·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 전 의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휴대전화 전자정보 상당수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SNS에서 "수사검사가 추가로 영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아 법원이 위법수집증거라고 증거에서 배제한 형식적 이유로 무죄가 나왔을지언정 돈봉투 받은 실체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법수집증거란 적법 절차를 벗어나 수집한 증거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유죄 판단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이에 따라 위법하게 확보한 원 증거뿐 아니라 이를 단서로 추가 수집한 증거도 배제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 관계인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전자정보를 탐색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의원 관련 녹음파일 등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의원 2심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 사건과 무관한 노 전 의원 관련 자료를 발견한 때부터는 별개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봤다.

검찰이 이때 전자정보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탐색을 이어간 것은 영장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에서 나온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뿐 아니라 검찰이 이를 제시하며 박 씨에게서 확보한 진술도 위법수집증거에서 파생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박상민 기자

형사 재판에서 위법수집 증거 배제 원칙은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절차를 위반했다면 처벌의 근거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다.

특히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에는 방대한 사생활 정보가 저장된 만큼, 법원은 압수 대상 혐의와의 관련성, 탐색 범위, 피압수자 참여권 보장 여부 등을 엄격하게 판단해 왔다.

위법수집증거로 무죄 판단이 내려진 사건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법원은 본래 영장 혐의와 무관한 별건 압수 자료를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 사건이 아닌 주요 기업 사건에서도 전자정보 압수·탐색 절차는 쟁점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서 법원은 영장 범위와 피압수자 참여권 보장 여부 등을 따져 검찰이 확보한 서버·휴대전화·외장하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적법성과 위법수집증거 법리에 관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처럼 법원은 사건의 성격이나 피고인의 지위와 관계없이 전자정보 압수·탐색이 영장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그 자료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있는지를 엄격히 따져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장윤석 기자

전문가들은 야권 주장처럼 위법수집증거 배제에 따른 무죄 판단을 단순한 '형식적 무죄'로 규정하는 것은 이같은 법리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위법수집증거는 어떤 경위로 수집·보존됐는지, 그 과정에서 내용이 오염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것"라며 "실체적 진실은 적법절차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위법수집증거가 배제돼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형식적 무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정치인이 금품을 받은 정황이 있다면 그 행위 자체를 비판하거나 유권자가 정치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면서도 "위법수집증거가 배제돼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면 형사재판상 판단은 무죄다.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법원 판단을 두고 실질적으로 유죄라는 취지로 단정하는 것은 법리와 맞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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