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까지 돌렸는데”…서강대 웨딩홀 돌연 폐업, 예비부부 ‘날벼락’ [오승혁의 현장]


27일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 웨딩홀 찾아
예식 열흘 앞두고 장소 변경 불가피
계약금 반환에도 스드메·하객 안내 피해 등 남아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철거로 돌연 운영이 중단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내의 한 웨딩홀을 찾았다. 빈 액자들이 놓인 포토존이 이 자리가 웨딩홀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서강대=오승혁 기자

[더팩트|서강대=오승혁 기자] "결혼식장 의자랑 설비들 업체에서 이미 다 수거해갔어요."

서강대 캠퍼스 안 웨딩홀이 법적 분쟁을 이유로 돌연 운영을 중단하면서 이곳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던 예비부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예식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장소를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계약금 반환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장소 변경에 따른 스냅·드레스·메이크업 일정 조정과 하객 안내, 추가 비용 부담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계약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내 논란의 곤자가컨벤션 웨딩홀을 찾았다. 신부 입장이 화려하게 펼쳐졌을 웨딩홀 대형 문과 신부 대기실, 폐백홀, 웨딩홀 사무실 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객을 맞이하고 축의금을 받는 접수대와 신혼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전시했을 액자들로 꾸려진 포토존은 이곳이 결혼식장으로 운영됐던 것을 알리고 있었다. 폐기물 집하장에도 웨딩홀 관련 집기는 남아 있지 않았다. 여름방학 막바지에 바삐 움직이던 현장 관계자는 "25일 철거 후 업체 측에서 이미 수거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웨딩홀을 운영하던 업체 A사는 최근 9~10월 예식을 예약한 예비부부들에게 법원의 강제집행으로 예식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안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임대인 측에 관리비와 임대료 등 약 6억원을 내지 못하면서 법적 분쟁이 이어졌고, 결국 영업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비부부들이 이를 뒤늦게 알았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예식 예약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예비부부는 20쌍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들은 소비자원 신고와 추가 대응을 위해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A사 측은 예비부부들에게 계약금을 반환하고 대체 예식장 연결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계약자들은 반환금 명목으로 계약금 100만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계약금 반환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들은 예식 장소 변경에 따른 부대 비용과 혼란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27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내 곤자가 컨벤션 웨딩홀 모습. 이곳에서의 새 출발을 약속했던 신혼 부부들은 갑작스러운 철거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서강대=오승혁 기자

A사 측은 대체 예식장으로 인근 웨딩홀 등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계약자에게는 기존 곤자가컨벤션과 유사한 조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견적이나 할인 조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예식이 임박한 예비부부들은 선택지가 많지 않은 만큼, 충분히 따져보기보다 급히 다른 장소와 계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체 내부 직원들도 이번 사태를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웨딩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학교 측과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해 직원들은 상황을 정확히 몰랐다"며 "피해를 입은 신랑·신부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금 반환과 대체 예식장 연결을 돕고 있고, 예식 당일 기존 장소로 잘못 오시는 하객이 있으면 변경된 장소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업체 측 조치만으로는 피해가 충분히 보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혼식은 단순히 장소 계약 하나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다. 예식일에 맞춰 하객, 가족, 사진 촬영, 메이크업, 드레스, 식사, 교통 동선이 모두 연결된다. 예식장 폐업 통보가 늦어질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건물을 임대한 법인 서강국제학사유한회사 측은 업체의 채무가 누적돼 지난해 12월에도 예식 예약을 받지 말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반면 서강대 측은 웨딩홀 관리 주체가 별도 법인이라 학교가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점에서 책임 공방도 예상된다. 운영업체가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 강제집행 가능성을 알면서도 예약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소비자 피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동시에 임대인 측과 학교 측이 장기간 분쟁 상황을 인지하고도 예비부부들에게 위험을 알릴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이곳을 예약한 신혼 부부들은 상담 및 계약 진행 과정에서 웨딩홀 철거 가능성 등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계약금 환급만 이뤄졌을 뿐 비용의 배상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또한 식장을 변경하고 이를 가족, 지인 등의 방문객에게 안내하는 불편한 일도 예비 부부가 떠맡게 됐다.

한편 현장에서는 해당 공간의 향후 활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학교와 임대인 측 입장에서도 캠퍼스 내 대형 예식 공간을 장기간 비워두기는 쉽지 않다. 이미 일부 웨딩업체들이 해당 공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중 새 운영업체를 찾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당장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중요한 것은 새 업체가 아니다. 예정된 날짜에 식을 치를 수 있는지, 기존 계약 조건과 비용은 얼마나 보전되는지, 하객 안내와 추가 피해는 누가 책임질지다.

캠퍼스 안 웨딩홀이라는 상징성과 접근성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던 예비부부들은 이제 같은 날짜에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계약금 일부가 돌아오고 대체 예식장이 안내되고 있지만, 이미 돌린 청첩장과 바뀐 동선, 추가 비용까지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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