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 사망 추정 시점은 5월 13일 새벽…부 경장은 이틀 뒤 "연락됐다"
-‘교통사고 사망’ 허위 입력해 실종자 명단 삭제…또 다른 실종자도 같은 방식 종결
-아무런 실익도 없는데 왜?…298건 전수조사·프로파일러까지 투입
[더팩트 | 이상빈 기자] 지난 5월 제주에서 사라진 장미란(37) 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자신이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400~500m가량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뒤 치아 감정을 통해 시신은 장 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장 씨가 어떻게 숨졌는가와 별개로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34)은 왜 존재하지 않는 연락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장 씨의 실종 사건을 끝내려 했을까.
사건을 단순히 ‘부실 처리’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이상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전산에 입력하고, 신고자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결국 실종자를 경찰의 관리망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실종 사건을 행정적으로 '암장(暗葬, 남몰래 시신을 파묻음)'한 셈이다.
◆ 첫 번째 미스터리…‘죽은 사람과 통화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시간이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제주시 한림읍 숙소를 나서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장 씨가 이튿날인 13일 새벽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숙소를 나간 뒤 통화 기록이 전혀 없었고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도 한림항 일대에 머문 점 등이 근거다.
그런데 실종 신고가 들어온 것은 15일 오후 6시 43분이었다.
당시 야간근무자였던 부 경장은 불과 2시간 30여 분 뒤 신고자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더 이상한 것은 전산 처리다.
부 경장은 장 씨 사건을 ‘교통사고 사망’ 취지로 입력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삭제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부 경장의 휴대전화에는 장 씨 전화번호가 없었고 개인전화와 경찰 내선전화에서도 현재까지 두 사람이 통화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경찰이 추정하는 장 씨 사망 시점이 맞다면 부 경장이 "연락했다"고 주장한 시점에는 이미 장 씨가 숨진 뒤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부 경장은 여전히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두 번째 미스터리…왜 없는 사실까지 만들었나
단순히 수색이 귀찮았다면 신고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 경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실종자에게 연락했다는 내용을 만들고 신고자에게 이를 전달했으며, 시스템에는 실제와 다른 종결 사유까지 입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구나 실종 사건을 빨리 끝냈다고 해서 개인에게 특별한 포상이나 경제적 이익이 생기는 구조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경찰 내부에서도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왜?’라는 범행 동기에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했다.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의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분석해 사건 처리 동기와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종의 ‘영웅주의’ 가능성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자신이 사건을 마음대로 종결할 수 있다는 왜곡된 권한 의식, 이른바 '갓 콤플렉스(God Complex)'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 단계의 심리학적 가설일 뿐 수사를 통해 확인된 범행 동기는 아니다.
◆ 세 번째 미스터리…장미란 씨만이 아니었다
의혹을 더욱 키우는 것은 같은 방식의 사건이 이미 하나 더 확인됐다는 점이다.
부 경장은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가족에게 "본인과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알리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소재 발견'이라고 입력해 4~5시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남성과 실제 통화한 기록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이 장 씨 사건을 접한 뒤 다시 신고했고, 남성은 최초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번이라면 일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경찰관이 서로 다른 실종자를 대상으로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락됐다 → 안전하다 → 사건 종결 → 실종 관리 해제’라는 패턴이 반복됐는지가 수사의 새로운 핵심이 됐다.
◆ 네 번째 미스터리…298건 가운데 또 있나
부 경장은 지난해 3월 실종수사 업무에 배치된 이후 직위해제된 지난 11일까지 모두 298건의 실종 신고를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 씨와 60대 남성 사건은 그 가운데 2건이다.
제주경찰청은 20여 명을 투입해 나머지 사건 당사자의 생존과 소재, 당시 종결 과정 등을 전화와 방문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일부 당사자는 연락이 되지 않거나 소재 파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추가 허위 종결 건수를 특정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98이라는 숫자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도 있다.
부 경장은 장 씨 실종 신고를 종결한 지 불과 한 달가량 뒤인 지난 6월,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쪽에서는 실종자를 찾아 표창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실종 사건을 허위로 끝냈다는 의혹을 받는 모순된 모습이다.
◆ 개인의 일탈인가, 시스템의 실패인가
사건의 마지막 질문은 부 경장 개인을 넘어선다.
어떻게 한 명의 일선 경찰관이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사건을 종료할 수 있었는지, 왜 상급자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대상자가 사라질 때 왜 이중 확인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장 씨 사건은 국내 실종 수사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까지 드러냈다. 전국 실종 신고는 연간 약 12만 건에 달하는 반면 경찰 형사과 실종전담팀 인력은 779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찰서에는 전담팀조차 없다.
하지만 인력 부족이 허위 기록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장 씨 가족이 잃은 것은 104일이라는 시간만이 아니다. 경찰이 "연락이 됐다"는 한마디를 믿는 동안 가족에게는 사람을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시간이 사라졌다.
제주지법은 지난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부 경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제 수사는 장 씨 사건 하나의 진상을 밝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부 경장은 하지 않은 통화를 했다고 했는가. 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공적 시스템에 기록했는가. 왜 같은 방식이 반복됐는가. 그리고 298건의 실종 사건 가운데 또 다른 장미란 씨는 없는가.
실종 사건을 ‘암장’한 것은 한 경찰관의 거짓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100일 넘게 들키지 않았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 씨 사건의 진짜 미스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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