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여청 오락가락 이원화…경찰 실종수사 '실종'


지난 20여년간 형사·여성청소년 오가
어금니 아빠·한강 대학생 사망에 '핑퐁'
예방은 여청, 수사는 형사…대응 미흡 지적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형사실종팀이 신설되면서 형사과가 실종 수사를 전담했다. 이후 지난 2015년 여청수사팀 신설로 실종 수사는 여청과에서 맡고, 범죄가 의심되는 사건은 형사과로 넘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경찰 실종 수사는 지난 20여년간 여성·청소년(여청)과 형사 기능을 수차례 오가며 담당 부서가 바뀌었다. 현재 실종수사전담팀을 운영하는 경찰서는 10곳 중 4곳에 불과하다. 전담팀이 없는 경찰서에서는 예방은 여청, 수사는 형사로 이원화돼있다.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태로 경찰 대응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실종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통일된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형사실종팀이 신설되면서 형사과가 실종 수사를 전담했다. 이후 지난 2015년 여청수사팀 신설로 실종 수사는 여청과에서 맡고, 범죄가 의심되는 사건은 형사과로 넘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경찰청은 지난 2017년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계기로 실종 수사 체계를 다시 손봤다. 당시 서울 중랑경찰서 여청수사팀은 피해 여중생의 실종 신고를 받고도 단순 가출로 판단해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후 모든 실종 사건을 일선 경찰서 여청과장에게 보고하고 범죄가 의심되면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의 실종 신고에는 여청·형사·지역경찰이 공동 대응하도록 했다. 범죄 혐의가 의심되면 합동심의위원회를 열어 형사과의 수사 여부를 결정했다.

경찰청은 지난 2019년 실종 수사를 여청과에서 형사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로 전면 재검토했다. 이후 2021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 씨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초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결국 같은 해 실종 수사를 형사과로 이관했다.

경찰이 지난 2021년 5월12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경찰청 관계자는 "실종 업무를 어느 부서에서 맡는 게 더 효율적인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계속됐다"며 "아동 실종 등이 많아 여청으로 업무를 넘겼지만, 장기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형사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견을 수렴해 실종 수사 업무를 최종적으로 형사 기능에서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여청과가 실종 예방·정책을, 형사과가 실종 수색·수사를 맡고 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형사과에서 실종자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수색·수사에 나선다. 실종자가 발견되면 관련 정보를 해제한다.

실종수사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서는 전국 261곳 중 147곳(56.3%)뿐이다. 나머지 114곳(43.7%)에는 전담팀이 없어 형사과에서 다른 사건과 함께 실종 사건을 처리한다. 전담팀원은 지난 2021년 848명에서 올해 3월 기준 779명으로 약 10% 줄었다.

경찰은 "아동이나 치매 노인의 지문을 등록하는 등 사전 예방 활동은 여청에서 하고 실제 사람을 찾거나 실종자 정보를 입력하고 해제하는 업무는 모두 형사에서 한다"며 "가정폭력 등으로 집을 나온 성인의 실종 사건도 형사에서 담당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하나의 실종 사건을 두 기능이 나눠 맡으면서 수사 전문성이 떨어지고 처리가 미흡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실종 사건의 경우 초동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이원화된 업무 체계와 전담 인력 부족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경찰서 직원은 "성인 실종은 신고 단계에서 단순 가출인지, 범죄와 관련됐는지 바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얼마나 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수색에 나서느냐가 중요한 만큼 실종 사건을 지속적으로 맡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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