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금융당국의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영업권역에 제한이 있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지방에 별도 거점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과의 대관 업무도 개별 저축은행보다는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회의 안건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방이전 대상 기관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추진 시점에 대한 논의가 다소 늦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론화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전 시점이 10~11월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금융당국의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면 금융사들의 대관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당국과 접점이 많은 금융사들은 정책 협의와 규제 관련 의견 전달, 현안 대응 등을 위해 세종 등에 상시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개별 저축은행이 별도의 대관 조직이나 인력을 꾸려 지방에 배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과의 대관 업무를 개별 회사가 직접 수행하기보다 업계 공통 현안을 저축은행중앙회가 취합해 금융당국과 소통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금감원의 자료 요청이나 각종 행정업무 역시 전산과 전자문서를 통해 처리되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물리적 거리가 업무 효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별도 대관 거점을 마련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영업구역 밖에 지점이나 출장소를 설치하려면 자기자본이 법정 기준의 200% 이상이어야 하며 최근 제재 이력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인가도 필요하다. 영업권역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없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저축은행은 지방에 별도 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있는 셈이다.
세종 사무소 설치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충청권 저축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관만을 위한 별도 거점을 두기보다는 영업 기능을 함께 운영해야 하지만 디지털전환(DT) 확산으로 대면 영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추가 사무소를 유지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영업망을 줄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영업점은 2022년 3월 말 295곳에서 올해 3월 232곳으로 63곳(21.4%) 감소했다. 이 기간 OK저축은행의 영업점이 24곳에서 14곳으로 10곳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25곳에서 19곳으로 6곳 감소했고, IBK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은 각각 7곳에서 2곳으로 5곳씩 줄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영업권역 제한이 있어 시중은행과 상황이 다르고 대관 업무도 개별 회사보다는 중앙회 차원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저축은행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선 저축은행들은 일단 중앙회의 대응 방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앙회 역시 구체적인 이전 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전국 6개 영업권역에 지부를 두고 있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지방이전 이후 별도의 대관 창구 역할까지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내부의 반발도 변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구체적인 시점과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인력 유출과 감독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역시 이전 대상과 방식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대응 방향을 확정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지부가 대관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지부장들도 해당 지역 저축은행권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면 별도의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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