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또 한 번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지난 8월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랭킹 2위인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게임스코어 2-0(21-17 21-14)으로 완파하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64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 세트 퍼펙트 우승’이었죠.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에서 두 차례(2023, 2026년)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우승과 함께 ‘배드민턴랭크스’의 고트(GOAT) 랭킹에서도 3위로, 한 계단 상승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역대 단일 시즌 최고 승률 94.8%라는 경이로운 기록올 세웠는데, 올시즌은 97.7%(44승1패)로 페이스가 더 좋습니다. 우승횟수도 벌써 6회(8번 출전)입니다.
# 안세영의 이번 우승은 ‘플레이스타일 진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안세영은 원래 경이적인 수비력과 강한 체력으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풀게임 접전에 역전승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공격력 강화를 통한 효율적인 경기운영 능력’을 완벽하게 입증했습니다. 한 마디로 ‘공수겸장’이죠. 한 배드민턴 전문가는 "끝없는 체력전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든 안세영이 최근에는 완급 조절과 빠른 공격 전환으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승에서 안세영의 환상적인 대각선 공격에 야마구치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던 장면이 ‘안세영의 공력력 레벨업’을 상징합니다.
# 안세영의 변신은 준비된 진화였습니다.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안세영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남자 선수들과의 연습경기 등 합동 훈련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를 통해 전광석화 같은 킬샷과 한 템포 빠른 공격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 때 안세영은 현지 미디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달라진 공격적인 플레이’에 대해 "공격에 대해 늘 고민했다. 남자선수들이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빼어나다. 최근 남자선수들과의 훈련을 늘렸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번 세계선수권의 무실세트 우승으로 이어진 겁니다.
# ‘공수겸장’이라는 안세영의 진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으로 인해 숙명과도 같아진 부상을 관리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일단 경기시간이 짧아지니 경기 중 부상위험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부상과 고통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세영은 한 인터뷰에서 "100% 안 아픈 상태로 뛰는 대회는 사실상 없다. 그저 참고 감당할 수 있다고 믿으며 코트에 서는 것이다. 몸 상태와 움직임의 조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일본 오픈 32강전 도중 왼발 통증으로 기권한 이후 2개 대회를 건너뛴 안세영은 복귀전인 이번 대회에서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도 우승을 달성해 부상관리에도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 따지고 보면 스타플레이어의 진화는 드물지 않습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초창기 엄청난 탄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으나, 커리어 중후반에는 정확한 페이드어웨이 점퍼와 포스트업 기술을 장착하여 신체능력 저하를 극복했습니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도 폭발적인 드리블러로 시작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을 줄이는 대신 경기 조율과 정확한 패스, 확률 높은 슈팅으로 완벽히 진화했습니다. 야구의 류현진도 젊은 시절 강속구가 주무기였으나 메이저리그 진출 전후 정교한 제구력, 완급 조절, 다양한 구종(체인지업, 커터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이미 고트(GOAT) 반열에 들어선 안세영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셈입니다. 2025년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낸 후 안세영이 "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