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여당이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구청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정비사업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권한 이양이 사업 속도를 높이기는커녕 자치구별 난개발과 인허가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2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와 여당은 실효성은 떨어지고 현장의 혼란만 키우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서울의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이양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를 거치는 절차를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서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이라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적률과 높이 등 도시계획적 지원은 물론 상하수도, 도로, 공원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역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면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저하되고 자치구별 개별 정비사업에 따라 잣대가 달라질 수 있다"며 "광역 도시계획이 무너지고 결국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여 비율이나 용도 기준 등이 자치구마다 달라질 경우 특혜 논란이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구역 간 형평성 논란도 불거저 주민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사업장들이 500세대 기준에 맞춰 사업지를 쪼개거나 일부 구역을 제척하는 부작용도 우려했다. 서울시는 "숫자에 꿰맞추는 방식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자는 정비사업의 근본 취지를 허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한 이양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서울시 행정 병목' 주장도 반박했다. 현재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2가지다. 서울시는 "2가지 심의 소요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고, 이는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2.7%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규모 정비사업의 병목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현재 500세대 이하 추진 사업 193개소 중 구역지정 단계는 31개소(16%)뿐으로 대다수가 이미 자치구 인허가 과정에 올라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히려 "현장에서는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자치구 인허가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일부 자치구가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2개월째 보류하거나, 통합심의까지 통과한 사업장에 '갈등 예방'을 이유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치구의 행정 역량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 직무대리는 질의응답에서 정비구역 지정이나 통합심의를 직접 경험한 자치구 직원이 "거의 없다"며 권한이 이양될 경우 자치구 조직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과 우려를 전달해 법 개정을 막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