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컨테이너선, 첫 북극항로 개척…부산서 출항


부산항 신항 출발…수출 화물 싣고 45일간 유럽 왕복
거리·연료·비용·화물 수요 분석해 상업운항 가능성 확인

22일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항 신항 3부두에 정박해 있다. /해수부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이 실제 수출 화물을 싣고 처음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다.

이번 운항은 북극항로의 상업운항 가능성을 가늠할 첫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이날 오후 9시쯤 부산항 신항 3부두를 출발해 45일간의 북동항로 왕복 시범운항에 들어간다.

국내 선사가 북극항로 운항에 나서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내 기업이 북극항로에서 나프타와 중량물 등을 운송한 사례는 있지만 여러 화주의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유럽을 왕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는 국내 85개 화주가 맡긴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가 실렸다. 이 가운데 18TEU는 일본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온 환적화물이다. 빈 컨테이너 100개를 합친 전체 선적 규모는 837TEU다.

지난 6월 사전 수요조사에서는 약 1300TEU의 수요가 파악됐지만 실제 확보량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해수부는 선박 준비에 시간이 걸린 데다 화주들이 통상적인 물류 일정과 다른 시범운항 일정에 맞춰 화물을 확보해야 했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부산항 신항 3부두에 정박해 있는 팬스타라인닷컴의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해수부

팬스타 아크로호는 러시아 캄차카반도 동쪽을 따라 북상해 베링해협을 지난 뒤 오는 30일쯤 북극해역에 들어간다. 이후 약 8일간 북극해 6400㎞ 구간을 운항해 다음 달 7일쯤 북극해역을 빠져나올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9일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처음 입항한 뒤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15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차례로 기항한다. 유럽 일정을 마치면 다시 북동항로를 거쳐 오는 10월 5일 부산항 신항으로 돌아온다. 전체 운항 거리는 약 3만㎞다.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북동항로의 편도 거리는 약 1만 3000㎞로, 약 2만㎞인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7000㎞ 정도 짧다. 계획대로 운항하면 이동 기간도 약 30일에서 20일로 10일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이번 시범운항에서 실제 운항 거리와 소요 시간, 연료 사용량, 운항비용, 정시성, 보험·금융비용, 선박 유지·관리 여건을 기존 항로와 비교한다. 유럽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화물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북극항로가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와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계절에 따른 운항 제한과 보험료, 내빙선박 확보 비용, 러시아 측 통항 절차, 안정적인 화물 유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 측의 설명이다.

22일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 출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부산항 신항 3부두에서 화물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수부

팬스타 아크로호는 해빙 면적이 가장 작아지는 여름철에 맞춰 별도의 쇄빙선 지원 없이 자체 내빙 성능으로 북극해를 통과한다. 선장과 항해사 6명은 모두 극지해역 전문교육을 이수했으며 북극해 운항 경험이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항해사도 1등 항해사로 승선했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이용하는 북동항로는 북극항로 가운데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상당 구간이 러시아 관할 수역에 포함돼 있어 운항을 위해서는 러시아 측의 항행 허가와 항로·기상정보 등이 필요하고 선박이 해빙에 갇히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러시아 기관의 쇄빙·구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국이 이번 운항을 위해 러시아 측과 협의하고 항행 허가를 받은 데 대해 일부 서방 외교관들이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의 제재 대상 기관으로부터 항행정보나 쇄빙·구조 서비스를 제공받고 비용을 지급하면 대러시아 제재에 저촉되거나 서방의 제재 공조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자금으로 활용되는 러시아의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에너지·운송 분야의 기업과 기관, 선박 등을 제재해 왔다.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운송과 관련 서비스도 주요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해수부는 주요 관련국에 이번 운항의 목적과 필요성, 운항 계획을 설명하고 국제사회 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협의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에서 확보한 자료와 경험을 '북극항로 운항백서'에 담아 후속 운항과 관련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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