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공연장에서 얼굴 인식은 물론 신분증 대조, 가족 인증 등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관람객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암표 거래와 불법 양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부당하게 입장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과잉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공연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돌 그룹 콘서트 현장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일일이 안면 인식이나 신분증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관람객들은 본인확인을 마친 뒤에야 입장 팔찌를 수령해 콘서트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콘서트 주최 측은 암표 거래나 불법 양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공연 안내문에는 '티켓을 소지했을지라도 예매자 본인 명의와 일치하는 신분증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 입장이 제한된다', '지정된 신분증 미지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본인확인 불가 사유로 인한 티켓은 당일 환불 불가하다', '직계존속 명의의 아이디를 이용해 예매한 만 14세 미만 고객은 실관람자의 직계존속임을 증명한 경우에만 공연장 입장을 허용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예매한 일부 관람객이 입장을 거부당하거나 지연돼 공연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이모(16) 양은 안면 인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뒤늦게 입장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양은 "얼굴 인식을 했는데, 잠금 처리돼 있다는 문구가 떴고 고객센터 응대도 원활하지 않았다"면서 "부모님이 신분증 등 입장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다 주신 후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정가에 구매해주신 티켓이었지만 50분이나 늦게 입장하는 바람에 3시간짜리 공연을 2시간10분밖에 보지 못했다"며 "본인확인은 보여주기식 암표 근절 대책이다. 꼭 티켓 명의가 관람객의 이름과 일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모(16) 양도 모바일 티켓 오류로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강 양은 "모바일 티켓만 확인되면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오류가 발생해 입장 팔찌를 뜯어가 공연을 볼 수 없었다"면서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가는 콘서트지만 환불조차 못 받는 게 억울하다. 소속사나 주최 측에 문의를 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성년 자녀 대신 부모가 티켓 예매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A 씨는 "인증을 위한 서류도 준비했고, 동행까지 했는데 무조건 '만 14세 이상은 본인 계정으로만 입장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 14세도 미성년자인데, 부모가 동행했는데도 결론은 본인 계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장 불가였다"며 "웃돈을 얹어 파는 업자들을 단속해야지 팬들이 무슨 죄냐"고 지적했다.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본인 티켓인데도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를 다 말하라 하고, 얼굴이 다르다며 한참 동안 티켓을 주지 않았다",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수십 차례 번갈아 쳐다봐 불쾌했다", "여권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켜서 보여줘야 한다. 너무 심하다", "본인확인할 때 '본인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놓고 의심한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본인확인 절차가 암표 거래를 막는 데 실효성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현장에서 공연을 보겠다는 관람객이 갑질을 당해야 하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 이익을 얻는 업자들은 방구석에 있다", "본인확인이 심해진 덕분에 업자들은 신분증 대여로도 돈을 번다", "암표 근절한다고 본인확인 해봤자 어떻게든 추가금을 붙여 판다. 무엇을 위한 규정이냐" 등 불만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암표를 막기 위해 본인확인을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과도한 개인정보나 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암표 방지는 필요하지만,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얼굴 인식이나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증명서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과잉 조치일 수 있으며 정상적으로 예매한 소비자까지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본인확인만으로 암표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편의와 암표 방지를 함께 고려해 반복적인 대량 구매나 비정상적인 거래를 집중 관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하고, 공연 전 본인확인 기준과 예외 사항을 명확히 안내해 소비자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