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정유석 직무정지 소송 중 최대주주 올라···판결에 대표 지위 달려


증선위, 자본 과대계상·감사 방해로 직무정지
법원 판단 남아..."형사처벌, 행정제재 기준 달라“

일양약품은 지난달 30일 최대주주가 정도언 전 회장에서 정 전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대표로 바뀌었다. 승계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든 가운데 승계 시점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일양약품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일양약품이 금융당국의 '대표이사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 제재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오너 3세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검찰 수사에서는 관련 혐의가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금융당국 제재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남아있는 상태에서 경영권과 지배력부터 오너 3세에게 넘어간 셈이다. 회계 부정 논란과 거래정지로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을 활용해 증여세 부담을 절반으로 줄인 '저가 승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달 30일 최대주주가 정도언 전 회장에서 정유석 대표 외 7인으로 변경됐다. 정 전 회장이 보유하던 일양약품 보통주 170만주를 장남인 정 대표에게 증여하면서다. 이로써 정 대표의 지분율은 4.24%에서 13.14%(250만8777주)로 급증했으며, 정 전 회장을 제치고 일양약품의 새로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 전 회장의 지분율은 21.84%에서 12.93%로 낮아졌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 수와 합산 지분율은 증여 전후가 동일하지만 경영은 정 대표가, 지배력은 정 전 회장이 행사하던 구조에서 정 대표가 경영권과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동시에 갖는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해 전문경영인 김동연 부회장의 사임으로 단독 대표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지분 승계까지 완료하며 '정유석 체제'를 완전히 구축한 모습이다. 김 부회장은 2008년부터 일양약품의 대표이사로 '7연임' 기록을 세웠으나 금융당국의 대표이사 해임권고 이후 물러났다. 당시에도 전문경영인인 김 부회장만 물러나고 정 대표는 자리를 지키면서 비판이 나왔다.

정 대표의 승계는 이같은 재판이 진행 중에 이뤄졌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 등으로 검찰 고발과 함께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조치를 받았다.

증선위는 일양약품이 중국 합자법인을 연결 대상에 포함하는 과정에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하고 외부감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회사에 과징금 62억30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공동 대표이사 2인과 담당 임원에 대해 해임권고 및 6개월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통보했다. 일양약품과 정 대표 등은 이에 불복해 증선위의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본안 판결 선고 후까지 관련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상태다. 정 대표가 현재 직무정지 상태는 아니지만 제재 자체가 부적절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형사 절차에서는 일양약품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수원지검은 지난 2월 회계처리 기준 위반 및 위부감사 방해 혐의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만큼 대표이사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 취소 소송의 본안 재판에서도 일양약품이 승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판단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와 증선위 판단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를 비교해봐야 한다"면서도 "일양약품이 재판에서 승소 가능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형사처벌 판단과 금융당국의 행정제재 기준과 목적이 다르다"면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판단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금융당국의 제재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회계기준 위반 및 자본시장 질서 훼손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한다. 즉 형사상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가 나왔더라도 회계 기준 위반 사실 자체가 명확하다면 행정법원이 증선위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법원이 본안 재판에서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표이사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 처분의 효력이 부활하게 된다. 이 경우 정 대표는 최대주주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반면 정 대표 측이 승소하면 정 대표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하면서 '정유석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승소할 경우 오너 3세가 경영과 지분을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장기 경영에 나설 수 있지만 패소할 경우 금융당국 제재에 따른 대표이사 지위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승계가 이뤄진 '타이밍'도 논란 거리다. 일양약품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한국거래소로부터 6개월간 주식 매매가 정지됐고 올해 3월 거래 재개 이후에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여 공시 시점의 주가는 7870원으로, 1년 전 대비 47.85% 급락한 상태였다. 주식 증여세가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기 증여로 증 대표의 세 부담도 '반토막'이 난 셈이다. 회사의 회계 리스크로 주주들이 피해를 본 동안 오너 일가는 수십억원의 세금을 아끼며 '저가 승계'의 기회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리스크를 해소해도 정 대표의 앞날은 녹록지 않다. 일양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중국 법인 청산 관련 법률자문비용과 백신 불용 재고 충당금 등이 반영된 결과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65억원으로 악화됐으며 단기차입금 비중이 전체 차입금의 76.9%에 달해 금리 인상기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 신뢰 회복과 지배구조 안정화 없이 승계가 단행된 상황"이라며 "정 대표를 향한 실적 개선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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