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두고 대통령과 협의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은 헌법상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 동의권과 임명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노 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면 제청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이냐'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다.
노 처장은 통상 대법관 제청 절차를 두고 "원래 서면 제청"이라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만나 말씀을 나누고 다음 절차는 서면으로 인사혁신처에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서면 제청 경위를 거듭 묻자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한 이후 서면으로 보내는데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처장은 "민정수석과 협의해 서면 제청하는 방법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이 "서면으로 통보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노 처장은 "전화를 드렸다"고 반박했다.
노 처장은 대통령과 사전 합의가 대법관 제청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관 제청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묻자 노 처장은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거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협의를 해야 된다면 나아가 국회와도 협의를 해야만 동의권을 침해하지 않는 셈이 돼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처장은 역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소통하며 후보를 제청해온 이유에는 "원만한 임명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면서도 "대법원장은 본인의 판단에 따라서 제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동등하다"며 "얼마든지 국회에서 부결할 수 있다. 임명권자는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면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한 것을 두고 거센 반발이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싸워보자는 것이냐"는 취지로 묻자 노 처장은 "싸우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노태악 전 대법관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만나 후보자를 협의한 뒤 대법관을 제청해왔다. 대법원과 청와대는 손 부장판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고 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