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광고모델 입간판에 AI '잡봇'까지…82개 금융사 '인재 모시기' 경쟁


하나·우리·기업·케이·토스 행장·산은 회장도 나란히 부스 투어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은행들은 광고모델의 전신 입간판을 부스 앞에 세워 구직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동대문=이선영 기자

[더팩트ㅣ동대문=이선영 기자] "여기는 어느 회사 부스지?"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행사장에 들어서자 금융회사별 로고와 대표 색상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일부 은행들은 광고모델의 전신 입간판을 부스 앞에 세워 구직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을 기다리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입간판 옆에서 사진을 찍거나 각 금융사 부스를 비교해보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박람회는 구직자만 금융회사에 자신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금융사들도 조직문화와 복지, 근무환경, 디지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좋은 직장'임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채용박람회가 금융사들의 또 다른 '인재 모시기' 경쟁장이 된 셈이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행장, 박상진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함께 행사장을 돌며 각 금융사의 채용·체험 부스를 살펴봤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등도 박람회장을 둘러봤다.

행장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자 부스 주변에는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자사 부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용 프로그램과 직무 체험 등을 설명했고 금융권 CEO들은 설명을 들으며 행사장을 이동했다.

올해 10회째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는 은행 15곳, 보험 16곳, 증권 9곳, 카드·캐피탈 12곳, 금융공기업 20곳, 외국계 금융사 4곳, 협회 6곳 등 총 82개 기관이 참가했다. 2017년 행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장면접과 모의면접, 채용상담뿐 아니라 현직자 코칭챗, 금융 직무체험, AI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됐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카카오뱅크 현직자 코칭챗에서는 사업 비전 못지않게 실제 근무환경과 복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동대문=이선영 기자

특히 구직자에게 '회사를 선택할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

이날 오후 진행된 카카오뱅크 현직자 코칭챗에서는 사업 비전 못지않게 실제 근무환경과 복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현직자는 AI와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한 단계 더 발전한 슈퍼앱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소개한 뒤 구직자들이 관심을 갖는 근무제도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로 협업하기 위한 시간만 지키면 한 달 안에서 근무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며 "은행 업무를 보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도 오전 11시 전까지 출근하면 돼 저녁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가와 복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현직자는 "연차를 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고, 3년을 계속 근무하면 한 달간 안식휴가와 3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며 "자기주도 마일리지도 연 600만원 제공해 운동이나 자기계발 등에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자는 이어 카카오뱅크의 채용 방식에 대해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라고 소개하며 지원 과정과 직무별 필요 역량을 설명했다. 금융사의 사업이나 채용 규모만 설명했던 과거 채용설명회와 달리 '실제로 입사하면 어떻게 일하고 쉴 수 있는지'까지 구직자에게 보여줬다.

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 김 모 씨는 "온라인 채용공고만 볼 때는 직무나 채용 규모를 주로 봤는데, 현직자 설명을 직접 들어보니 근무환경이나 조직문화도 회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 금융사를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AI가 자신과 맞는 금융회사를 골라주는 현장 기업 매칭 JOB:BOT도 운영됐다. /동대문=이선영 기자

행사장 한쪽에서는 AI가 자신과 맞는 금융회사를 골라주는 '현장 기업 매칭 JOB:BOT'도 운영됐다. 올해 박람회는 AI 자소서 분석과 AI 모의면접, 시사·이슈 트레이너, JOB:BOT 등 다양한 AI 기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자도 직접 JOB:BOT 진단을 받아봤다. '업무를 진행할 때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가' 등 총 8개 문항에서 팀원과의 소통, 목표와 성과, 절차와 규칙, 새로운 아이디어 등 자신과 가까운 항목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협력소통형+성과목표형'이었다. 협력소통(Collaborate)이 38%로 가장 높았고 성과목표(Compete) 31%, 운영체계(Control) 19%, 창의혁신(Create) 13% 순으로 나타났다. JOB:BOT은 기자의 유형을 '좋은 관계 속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협력적 성취가'로 설명했다.

조직문화 궁합이 가장 높은 회사로 BC카드가 99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삼성화재가 95점, 삼성생명이 94점으로 뒤를 이었다. 추천 회사의 이름뿐 아니라 BC카드 D52, 삼성화재 D27, 삼성생명 D14 등 실제 행사장 부스 번호까지 함께 표시됐다.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추천받은 회사를 찾아가 상담할 수 있게 연결된 것이다.

면접 프로그램의 열기도 높았다. 올해는 12개 은행에서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우수면접자로 선정된 구직자에게 향후 해당 은행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 1회 면제 혜택을 준다. 채용연계 현장면접 대상도 기존 국내 은행 중심에서 한국투자증권과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 등으로 확대됐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 직전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이은미 토스뱅크 행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대문=이선영 기자

금융권이 청년 인재 확보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금융산업의 빠른 변화도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금융권이 이제 "정답을 찾는 사람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청년들이 처한 고용시장의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AI 도입과 경력직 선호 심화로 금융권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권에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대와 인턴·직무체험 기회 제공을 주문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현재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한 차례를 비수도권에서 개최할 방침이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홈페이지를 금융권 채용정보 플랫폼으로 전환해 관련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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