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재판 노쇼' 권경애 측 '9000만 원 각서' 무효 주장


권 측 "강압적 각서라 무효"…통화녹음 제출
유족 측 "유리한 내용만 발췌…원본 제출해야"

학교폭력 피해 학생 어머니 이기철 씨, 권경애 변호사/뉴시스

[더팩트 | 정예은 기자]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 3회 연속 불출석해 의뢰인이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유족에게 써 준 각서는 "강압으로 작성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권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쓴 각서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항소9-2부(변지영 최희정 서창석 부장판사)는 19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권 변호사 측은 지난 2023년 3월 패소에 따른 책임으로 9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작성했던 각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씨의 강압으로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각서를 써줬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씨의 남편이나 박 양 사건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변호사 등과의 통화 녹음파일 일부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이 씨 측은 일부 통화 내용만으로는 각서 작성의 경위를 파악할 수 없고, 권 변호사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녹음파일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패소 판결을 받고 5개월이 지나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권 변호사가 이 씨를 찾아가 패소 사실을 밝혔다"며 "당시 이 씨가 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는지, 어떤 경위로 패소하게 된 건지 묻는 과정에서 말로 못 하겠으면 글이라도 적어달라고 해서 각서가 작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부 통화 내용만 발췌해서 제출하면 당시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녹음파일 원본 전체를 들어보고 권 변호사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요청할지 종결을 구할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권 씨 측에 녹음파일 원본 제출을 명하고, 다음 기일은 오는 10월21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권 변호사가 이 씨에게 써 준 각서에 명시된 9000만 원 전액과 기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위자료 6500만 원, 불법행위일 이후부터 발생하는 지연손해금 163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권 변호사 측과 이 씨 측 모두 이 결정에 불복하면서 변론이 재개됐다.

당시 이 씨 측은 "권 변호사의 잘못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담긴 판결을 받기를 원한다는 뜻에서 이의신청을 했다"며 "다음 변론기일 전 권 변호사를 형사고소하고 청구 취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씨 측은 지난 13일 권 변호사를 사기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오는 26일 첫 조사를 앞두고 있다.

박 양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2015년 숨졌다. 이듬해 유족은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학교법인, 교직원 등 34명을 상대로 약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권 변호사가 3회 연속 불출석하면서 민사소송법 제268조에 따라 항소 취하로 간주돼 2022년 11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권 변호사는 패소 이후 5개월가량 이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상황을 몰랐던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이 씨는 2023년 4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권 변호사의 위자료 지급 책임은 인정했지만,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의 과실 없이 재판이 진행됐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지난 5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이 씨에게 위자료 6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은 확정했다. 다만 권 변호사 혼자 책임지는 약정금에 대한 청구도 인정돼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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