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민원은 많고 책임은 무겁다.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고, 때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상근무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을 맡은 직원들이 오히려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선뜻 어려운 업무를 맡으려 하겠는가.
영주시가 이런 공직 내부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격무·기피부서 근무자에 대한 인사상 우대를 대폭 강화한다. 단순한 수당이나 일회성 보상을 넘어 평정·승진·전보 등 인사 전반에서 '일한 만큼 보상받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9일 영주시에 따르면 황병직 시장은 최근 격무·기피부서 근무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인센티브와 경북 도내 시·군의 지원 수준을 점검하고, 직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우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민원과 현장업무가 집중되는 부서, 업무 강도가 높아 직원들이 기피하는 분야에 대한 인력 확보와 사기 진작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주시는 우선 격무·기피업무 근무자에게 부여하는 근무경력 가산점을 상향하고, 가산점 인정 시점도 앞당길 계획이다.
현재는 해당 업무를 6개월 이상 담당해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실제 해당 업무를 맡은 시점부터 근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격무부서에서 근무한 기간을 인사상 경력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짧은 기간이라도 업무 강도가 높은 부서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했다면 그에 따른 인사상 보상이 뒤따르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장기간 격무업무를 맡은 직원에 대한 승진 우대도 강화된다.
영주시는 격무·기피업무를 2년 이상 담당한 직원에 대해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근속 승진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격무부서 근무가 개인의 희생과 책임감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장기간 어려운 업무를 맡은 경력이 실제 승진 기회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업무량과 책임이 큰 부서일수록 직원들이 장기간 근무하기를 꺼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장기 근무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보 인사에서도 변화가 예고됐다.
영주시는 격무·기피부서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직원이 전보를 희망할 경우 희망부서를 적극 반영해 보직 선택의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어려운 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한 뒤에는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격무부서 근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지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결국 '힘든 부서에 가면 손해'라는 인식을 '어려운 일을 맡으면 그만큼 보상받는다'는 인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 인사제도 개선의 방향이다.
재난과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우대책도 마련된다.
집중호우와 산불, 폭설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관련 부서 직원들은 정규 근무시간을 넘어 비상근무에 투입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대응해야 하는 만큼 업무 강도와 책임도 상당하다.
영주시는 이들 재난·안전업무 담당자에게도 격무·기피부서 근무자에 준하는 인사상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근속 승진 기간 단축 등 관련 제도를 적극 적용해 평상시뿐 아니라 재난 발생 때마다 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의 노고를 인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영주시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격무·기피부서 근무자에 대한 우대 수준을 경북 도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관건은 실제 시행 과정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격무·기피부서 지정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부서별 업무량과 민원 강도, 현장 위험도 등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특정 부서에만 혜택이 집중되거나 형식적인 가산점에 그칠 경우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주시는 앞으로 경북 도내 시·군의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비교·분석하고 직원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규정을 정비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황병직 영주시장은 이번 인사제도 개선의 방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했다.
황 시장은 "민원이 많고 책임이 무겁고, 밤낮없이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업무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며 "그런 일을 맡은 직원이 인사에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시장은 이어 "어려운 일을 맡으면 그에 맞는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며 "평정부터 승진, 전보까지 직원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격무부서 직원 몇 명에게 혜택을 더 주는 차원을 넘어 공직사회 내부의 '일하는 방식'과 '인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민원과 재난, 현장 대응처럼 공직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직원들이 기피하기 쉬운 업무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면 인력 배치의 안정성과 행정 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명확한 기준과 지속적인 시행에 달렸다.
'힘든 일을 맡으면 손해 본다'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인식을 '어려운 일을 맡은 만큼 인정받는다'로 바꿀 수 있을지, 영주시의 새로운 인사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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