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었더니 이번엔 ‘30’...더 뜨거워진 페덱스컵 숫자 전쟁 [박호윤의 IN&OUT]


작아지는 숫자, 커지는 페덱스컵의 보상
유일한 '버블 점프'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과 우승까지 겨냥
셋 모두 파워랭킹 톱10

스코티 셰플러가 지난해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2주연속 우승과 함께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셰플러는 이번 주 성적과 상관없이 올시즌 페덱스컵 1위를 확정, 보너스 2,300만달러를 받았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는 숫자 하나가 선수의 운명을 바꾼다. 지난주 그 숫자는 ‘50’이었다. 이번 주에는 ‘30’으로 바뀐다. 50위 안에 들면 내년의 특급 무대가 열리고, 30위 안에 들면 메이저와 투어챔피언십이 기다린다. 그 안에서도 한 계단씩 올라갈 때마다 수십만,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가 움직인다. 숫자는 작아지지만 살아남은 선수들이 손에 쥐는 것은 갈수록 커진다.

미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두 번째 생존 경쟁에 들어간다. 70명으로 시작한 지난주 페덱스 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20명이 탈락했다. 살아남은 50명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인근 벨러리브CC에 집결해 20일 밤(한국시간)부터 BMW챔피언십 타이틀을 놓고 다시 한번 격돌한다.

#지난주 '50', 이번주 '30'

지난주 50위 안팎에서 벌어진 싸움이 유독 치열했던 이유는 단순히 플레이오프에서 한 주를 더 뛰느냐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BMW챔피언십에 진출한 50명은 2027년 시그니처 이벤트 출전권도 확보했다. 막대한 상금과 페덱스컵 포인트가 걸린 특급대회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다음 시즌을 풀어가는 데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50’은 플레이오프의 첫 번째 생존선인 동시에 다음 시즌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숫자다.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그 숫자의 무게를 보여주는 기억이 있다. 2024년 김주형이다.

당시 김주형은 플레이오프 1차전 마지막 날까지 50위 경계선에서 싸웠지만 마지막 세 홀의 고비를 넘지 못한 채 BMW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했다. 한 끗 차이로 2차전 진출뿐 아니라 이듬해 시그니처 이벤트 출전과 관련한 중요한 혜택까지 놓쳤다.

임성재가 지난주 세인트주드챔피언십 최종일 경기 중 퍼트를 마친 뒤 갤러리들의 성원에 답하고 있는 모습. 임성재는 50위 버블의 유일한 생존자로 2차전 합류에 성공했다./AP.뉴시스

#두 계단이 가른 희비...임성재의 생환, 미첼의 추락

그리고 2년이 흐른 지난주, 이번에는 50위 버블에서 한국 선수가 반대로 극적인 생존의 주인공이 됐다. 임성재다.

플레이오프를 53위로 시작한 임성재는 BMW챔피언십 진출권 밖에 있었다. 그러나 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순위를 53위에서 40위까지 끌어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50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선수가 임성재 단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들어오면 누군가는 밀려난다. 대회 전 49위였던 키스 미첼은 공동 34위에 그치면서 51위로 내려앉았다. BMW챔피언십 티켓이 눈앞에 있었지만 불과 두 계단이 그의 시즌을 갈라놓았다. 이것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버블’이라는 숫자가 가진 잔인함이다.

그 싸움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경계선이 ‘30’으로 이동한다. BMW챔피언십에 출전하는 50명 가운데 다시 20명이 탈락한다. 최종 30명만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에서 열리는 투어챔피언십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걸린 것이 더 많다. 최종전에 나선 30명만 페덱스컵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2028년까지 PGA투어 출전 자격을 보장받는다. 2027년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출전권도 따라온다. 지난주 ‘50’이 내년의 특급 무대를 결정했다면 이번 주 ‘30’은 최종전과 메이저, 향후 투어 생활까지 결정하는 숫자다.

#스타팅 스트로크 없는 1억 달러 레이스

그런데 이번 BMW챔피언십에서는 30위 안에 들어가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살아남았다면 몇 위로 최종전에 가느냐도 중요하다. 돈 때문이다. PGA투어는 지난해 부터 투어챔피언십의 ‘스타팅 스트로크’ 제도를 폐지했다. 과거에는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선수마다 다른 스코어를 안고 최종전을 시작했지만 이제 30명 모두 이븐파에서 출발한다. 대신 BMW챔피언십 종료 후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약 1억 달러의 시즌 보너스를 나눠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려 8타 차 우승을 거머쥔 스코티 셰플러는 BMW챔피언십 결과와 관계없이 페덱스컵 1위를 확정했다. 보너스만 무려 2300만 달러다. 2위는 1300만 달러를 받고 3위부터 5위까지도 800만~540만 달러가 차례로 돌아간다. 투어챔피언십의 마지막 티켓을 잡는 30위에게도 46만 달러가 지급된다. 한계단이 곧 수백만달러인 셈이다.

게다가 이 돈은 최종전 상금과 별개다. 투어챔피언십에는 다시 총상금 4000만 달러가 걸려 있고 우승자는 1000만 달러와 페덱스컵을 손에 넣는다.

코리안 3인방의 선봉장 김시우가 지난주 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샷을 하고 있다. 김시우는 BMW챔피언십 파워랭킹 4위로 평가돼 우승후보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AP.뉴시스

#맥길로이 보다 앞선 김시우, '배수의 진' 임성재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은 어디쯤 서 있을까.

가장 앞에는 김시우가 있다. 김시우는 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셰플러에 이어 단독 2위에 오르며 페덱스컵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올 시즌 준우승 세 차례와 3위 두 차례를 포함해 11차례 톱10을 기록했고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순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페덱스컵 순위뿐 아니라 BMW챔피언십 파워랭킹도 4위다. PGA투어닷컴에서 매주 대회별 파워랭킹을 분석하는 롭 볼튼은 김시우를 셰플러와 샘 번스, 마쓰야마 히데키에 이어 네 번째 우승후보로 꼽았다. 잰더 쇼플리와 로리 매킬로이보다도 앞이다. 김시우는 BMW챔피언십 성적과 관계없이 이미 최종전 진출을 확정한 상태여서 부담 없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

극적으로 50위 벽을 넘어온 임성재는 이번에도 ‘배수의 진’이다. 랭킹을 53위에서 40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번에는 다시 30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볼튼은 임성재를 "벨러리브에 딱 맞는 선수(Built for Bellerive)"라고 평가하며 파워랭킹 9위에 올려놓았다. 희망적인 평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소한 세인트주드에서의 성적 정도는 올려야 앞선 10명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만큼, 희망은 있되 넘어야 할 산도 뚜렷하다. 2021년 페덱스컵챔피언 패트릭 캔틀레이(43위)와 왕년의 세계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44위)도 임성재와 비슷한 운명이다. 이들은 모두 단독 7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30위 진입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30'이라는 선 앞에서는 안전하지 않다.

김주형의 세인트주드챔피언십 3라운드 경기 모습. 김주형은 2년전 아쉬운 탈락의 악몽을 딛고 26위로 BMW에 합류, 최종전 진출도 희망적이다./AP.뉴시스

그리고 김주형이 있다. 2년 전 바로 그 ‘50’이라는 숫자 앞에서 좌절했던 김주형은 올해는 당당히 문턱을 넘어왔다.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우승을 포함한 여름의 상승세를 인정받아 BMW챔피언십 파워랭킹 8위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전에는 50위 벽을 넘지 못했던 선수가 이제는 우승후보 톱10으로 벨러리브에 섰다.

#셰플러 독주, 막을 자는 누구

무대인 벨러리브CC는 2018년 PGA챔피언십에서 브룩스 켑카가 우승했던 곳이다. 파70, 7448야드로 당시보다 132야드 길어졌고 대대적인 개조를 통해 모든 그린도 새롭게 조성됐다. 넓은 그린을 가진 만큼 단순한 장타력보다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들고 이를 버디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코스의 파워랭킹 톱10에는 코리안 3인방이 나란히 이름이 올라 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는 70명으로 시작해 지난주 50명만 살아남았다. 이번 주에는 다시 30명만 남는다. 지난 주까지의 질문은 ‘누가 50명 안에 살아남을까’였다. 이번 주에는 ‘누가 30명 안에 살아남을까’로 바뀐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셰플러의 독주를 막을 선수는 누구일까. 파워랭킹 톱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코리안 3인방 가운데 누군가 벨러리브에서 일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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