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간 골프 회동을 계기로 정치권 내 개헌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개헌 찬성 기류를 조기에 차단하며 단일대오 구축에 나섰지만, 여권이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 흔들기에 나서면서 개헌 저지선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골프 회동 발(發)' 개헌론을 '연임용 꼼수'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김태호·주호영·윤재옥·송언석 등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하고,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안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는다. ‘연임은 없다. 재판받겠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면서 "임기는 5년 내 끝난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일체의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도 전날(17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연임 독재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과 골프를 친 의원 대다수가 개헌특위 소속이며, 평소 개헌의 필요성을 피력한 이른바 '개헌론자'이고, 당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진이라는 점에서, 개헌을 위해 이 대통령이 개별 의원을 접촉해 개헌 동력을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헌은 결국 이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고 사법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것"이라며 "그 외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개헌 저지선을 무너뜨리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프 회동 참석한 의원들은 당내 우려를 의식한 듯 잇따라 입장 정리에 나섰다.
4선 김태호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만나는 것과 대통령에게 굴복하는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면서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연임 않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개헌 논의는 일단 시작하면 모든 사회적 어젠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로 일할 당시에도 이런 이유로 개헌 반대 당론을 의결해낸 바 있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을 위한 의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이다. 범여권을 모두 포함한다고 해도 야권에서 최소 14명 이상의 찬성 표가 나와야 개헌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2대 전반기 국회에서도 개헌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됐다.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개별적으로 친필 서한을 보내며 이탈 표를 얻어내려 노력했지만,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던 의원들조차 막판에 입장을 선회해 당론을 따른 경우가 많았다. 당시 친한계(친한동훈계)와 대안과미래 의원들 중심으로 이탈 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으나, 결국 개헌 저지선은 유지됐다.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의 골프 회동으로 촉발된 개헌 논의가 정치적 파급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을 봐서는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기 어렵다. 앞으로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높지 않다"며 "야당도 이대로 가면 내후년 총선에서 유리한데 굳이 그 전에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6월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의석수 증가로 설득해야 할 야권 의석 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개헌이 (전반기 국회보다) 더 어려워진 구조"라며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실제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골프 회동에) 대여 투쟁을 가열차게 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며 "개헌 이탈 표가 나올 만한 여지가 있는 의원들을 위주로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 당 수준의 기강으로는 (개헌 반대) 당론으로 개헌을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탄핵도 한 번밖에 저지하지 못했던 당"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