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의존에 발목 잡힌 두나무·빗썸…매출 '반토막', 사업 다각화 절실


상반기 매출 나란히 49% 급감…거래 위축에 수익성도 악화
해외 거래소로 47조원 이동…현물 중심 국내 시장 한계 부각

두나무와 빗썸이 가상자산 거래 위축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로 올해 상반기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각 사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양대 산맥인 두나무와 빗썸이 올해 상반기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가상자산 거래 위축으로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두 회사의 매출은 1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거래 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수익 구조의 취약성이 시장 침체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시로 이동하고 해외 거래소로 자금 유출까지 이어지면서 거래소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두나무와 빗썸 모두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수수료를 대체할 만한 수익원은 뚜렷하지 않다.

◆ 거래대금 반토막…두나무·빗썸 매출 49% 급감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4080억830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14억9412만원으로 79.7%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74.1% 줄어든 1084억1907만원에 그쳤다.

빗썸 역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상반기 영업수익은 1687억718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9억3158만원으로 83% 넘게 줄었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550억원 흑자에서 올해 1086억9133만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가상자산 처분·평가손실 등 영업외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거래 위축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알트코인 시장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거래 수요가 크게 줄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 등을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문제는 거래대금 감소가 곧바로 거래소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다.

두나무의 상반기 거래 플랫폼 수수료 매출은 3954억7160만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96.9%를 차지했다. 빗썸 역시 상반기 영업수익 1688억원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수입이 1687억6000만원에 달했다. 사실상 두 회사 모두 투자자의 거래량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는 셈이다.

거래 감소 충격은 이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두나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68.5%에서 올해 27.3%로 떨어졌고 빗썸 역시 27.4%에서 8.8%로 낮아졌다. 시장 활황기에는 높은 수익성을 누릴 수 있지만 거래가 얼어붙으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급감하는 수수료 중심 사업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 해외로 47조원…국내 거래소 이탈도 부담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동도 국내 거래소에는 부담이다. 타이거리서치가 체이널리시스의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한 자금은 약 47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내에서는 현물 중심의 제한적인 상품만 거래할 수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파생상품과 토큰화 주식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 이동의 배경으로 꼽힌다. 타이거리서치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지급한 거래 수수료도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과거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를 상징했던 '김치 프리미엄'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김치 프리미엄은 0.02%에서 마이너스(-) 2.01% 사이에서 움직였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낮은 '역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날 정도로 국내 투자 수요가 약해진 것이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외 거래소를 막기보다 국내 시장을 이용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법인·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에 맞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커스터디와 기관중개, RWA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 두나무는 네이버 합병·빗썸은 IPO…다각화 속도전

수수료 중심 구조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두 회사도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통해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두나무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인프라와 네이버의 결제·금융 플랫폼을 연결해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으로 수익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공식화된 양사의 결합은 약 9개월이 지나도록 기업결합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거래 종결 일정도 당초 6월30일에서 9월30일로, 다시 12월31일로 두 차례 미뤄졌다.

두나무가 합병을 기다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해 디지털자산 사업 재편에 나섰고 코인원도 한국투자증권과 손잡고 디지털 금융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빗썸은 기업공개(IPO)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2028년까지 IPO를 완료한다는 목표 아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 내부통제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대외 신뢰도와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제도권 금융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두나무는 스테이킹과 코인모으기, 코인빌리기 등 거래 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빗썸 역시 디지털자산 보관·자문·일임·주문전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놓은 상태다. 다만 현재 실적에서 이들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 "코인 매매 넘어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향후 법인·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하면 거래소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의 현물 매매를 넘어 커스터디와 기관중개, 장외거래(OTC),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기관투자자 진입이 확대되면 커스터디와 프라임브로커리지, OTC 등 새로운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거래소도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 종합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 정비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사업자 규율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인·기관의 시장 참여와 새로운 디지털자산 사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거래소 역시 개인투자자의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도 변수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2027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미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과세가 투자심리를 추가로 위축시킬 경우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시장 회복만 기다리기보다 수수료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느냐가 국내 거래소들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법인·기관 시장과 커스터디, RWA 등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거래대금 등락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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