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동원그룹이 올 상반기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으며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다만 그룹의 식품 사업을 이끄는 핵심 자회사 동원F&B의 해외 매출 비중은 여전히 3%대에 그쳤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7월 동원F&B를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식품 계열사를 통합한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상장폐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외 사업 성과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상반기 '글로벌 사업 확장 추진' 명목으로 1억원대 상여금을 수령해 자본시장의 시선이 엇갈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 5조1020억원, 영업이익 29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15.1% 증가한 수치다. 이는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동원F&B가 상반기 매출 2조5674억원(9.2% 증가), 영업이익 935억원(5.3% 증가)을 올리며 실적을 뒷받침한 영향이다.
외형상 호실적이지만 글로벌 확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동원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 적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상반기 국내 농수산식품 수출액을 전년 대비 8.8% 증가한 72억4000만 달러(약 10조8700억원)으로 집계했다. 반면 동원F&B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812억원) 대비 3.3% 증가한 839억원에 그쳤다. 동원F&B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 비중도 3.3%에 불과하다.
동원F&B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CJ제일제당의 뒤를 잇는 매출 규모 'TOP2'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연 매출 4조원 이상 식품기업(CJ제일제당·대상·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인 곳은 동원F&B가 유일하다.
동원F&B는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 법인을 두고 K푸드 공략에 나섰으나 핵심 거점인 미국(260억원, -9.7%)과 일본(247억원, -2.8%)에서 나란히 역성장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 역시 해외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닌 국내 B2B(기업 간 거래) 부문 성장에 기댄 결과였다.
◆ 'K-푸드 속도전' 동원F&B 상폐 1년…동원산업 주가는 다시 '제자리'
동원그룹은 지난 2024년 11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통해 동원F&B,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미국), 스카사(세네갈) 등을 묶은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구축했다. 2030년 그룹 매출 16조원 중 글로벌 식품 디비전에서만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동원F&B를 동원산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실제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F&B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마친 지난해 8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본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당시 동원그룹 자료에 따르면, 지배구조 발표 이전(2025년 1월2일~4월 14일) 평균 3만5205원이었던 동원산업 주가는 발표 이후(2025년 4월 15일~7월 31일) 평균 4만5965원으로 약 30% 급등했다. 하지만 통합 1년이 지난 현재, 동원F&B의 글로벌 성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하면서 주가는 다시 3만7000원대로 회귀했다.
◆ 동원F&B 해외 성과 아직인데, 김남정 회장 '글로벌 사업 확장' 상여
자본시장의 평가가 다시 냉담해진 것과 달리, 오너인 김남정 회장의 보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김 회장은 올 상반기 동원산업에서 전년 동기(8억4600만원) 대비 38% 증가한 11억71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상여금 1억2000만원의 산정 기준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 추진과 M&A 검토, 품질경영 및 조직문화 강화 등이 명시됐다.
하지만 글로벌 식품 M&A는 HMM 인수전 참여와 스타키스트 매각설 등 소문만 무성했을 뿐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동원그룹은 해명공시를 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 등의 입장만 반복했다.
아울러 동원그룹은 지난 2024년 발표한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동원산업의 배당성향을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동원산업 배당총액은 2023년 396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동원산업의 연결 결산 배당성향은 13.8%로, 기준점이었던 2023년(17.6%)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반면 이 기간 경영진 보상은 점차 두터워졌다. 동원산업 이사회 보수 한도는 2023년 80억원에서 2025년 120억원으로 증액된 데 이어, 올해 다시 150억원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동원F&B는 최근 충북 진천군에 1400억원을 투입해 제2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기존 제1 사업장의 육가공 제품군에 더해, 제2 사업장을 냉장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생산 중심의 K-푸드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동원F&B 수출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동원F&B의 해외 비중이 3%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번 투자가 글로벌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주주 일각에서는 회사가 공시한 경영진의 글로벌 사업 추진 명분과 실질적인 해외 성과 지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지 않느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와 관련 동원산업 측은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동원F&B의 제품 카테고리별 수출 확대를 비롯해 동원시스템즈 소재 부문의 수출 확장을 주도했다"며 "김 회장은 또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M&A 후보 기업을 상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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