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간첩 조작 사건' 고 서병호 씨 유족이 재심 청구를 기각했던 재판부가 다시 재심을 맡게 되자 기피를 신청하고 첫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씨 유족과 변호인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에 기피신청서를 냈다. 이날 오후 4시45분 예정된 재심 첫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유족 측은 "기피대상 재판부가 이미 '불법체포·감금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고문·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단정했다"며 "그 판단이 항고심에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그 결정이 항고심에서 취소된 재판부가 같은 사건번호로 그대로 재심공판을 진행하는 구조"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 앞에 다시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은 대법원에 사건배당예규 개정도 건의했다.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사건은 재심 청구를 기각한 결정에 관여한 법관이나 해당 재판부에 배당하지 않도록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내용이다.
서 씨는 1971년 5월 육군 보안사령부에 영장 없이 검거돼 약 19일간 불법구금·조사를 받고 이른바 '역용 공작'의 공작원으로 활용됐다.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아 1983년 만기출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4년 서 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하고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확인해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유족은 같은 해 6월 두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형사합의27부는 지난해 7월 심문기일 지정 요청에 응하지 않고 진실규명 결정과 재심 권고에 관한 판단을 기재하지 않은 채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에서 "기록을 확인할 수 없고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회신을 받은 뒤 추가로 기록을 확보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했다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4월 원심 결정을 취소했다. 보안사 수사관에게 민간인 수사권이 없었고 서 씨에 대한 수사행위가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