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던진 '재정 비상' 카드가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당심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취임 한 달 만에 경기도 곳간에 '빨간불'을 켠 뒤 전임 이재명·김동연 도정을 정조준하고, 곧바로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에게 힘을 실으면서다.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인 경기·서울 투표를 앞두고 벌인 일련의 행보에 '정청래 지원사격'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 가운데, 추 지사의 승부수가 실제 당심을 움직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700억 원 감액 추경' 꺼내든 추미애…경기도 곳간에 빨간불
1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전당대회가 한창인 이달 5일 경기도 재정을 '비상 상황'으로 공식 규정했다. 올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필요하고,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등 일부 필수·민생사업도 연말까지 온전히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지방채 9430억 원을 발행해 발행 한도의 99.6%까지 채웠고, 내부 기금 5588억 원도 끌어다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채무가 2022년 약 3조 8362억 원에서 올해 6월 7조 415억 원으로 83% 정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단순한 채무 규모보다 증가 속도와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세입 구조, 의무지출 증가 등을 문제 삼으며 "지금 손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온다"면서 경기도 재정 현실을 '사실상 부도 상태'라고 했다.
◇'재정 악화'에서 '이재명 책임론'으로…정치권 해석 분분
하지만 '재정 악화'와 '재정 파탄'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법정 재정위기 기준인 25%에 크게 못 미친다. 행정안전부도 경기도를 현재 재정주의·재정위기 단계로 보지 않고 있다.
추 지사가 밝힌 7조 원대 채무 가운데 내부거래를 제외한 순수 법정채무는 1조9000억 원에 그친다. 40조 원이 넘는 경기도 재정 규모를 고려하면 1조 9000억 원의 법정채무가 '사실상 부도'로 이어질 수준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지방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취득세 감소와 함께 윤석열 정부 시기 지방교부세 감소 등이 꼽힌다.
그런데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은 행정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전임 도정이 재정 악화를 방치했다'는 메시지로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까지 소환됐다.
정치권에서는 재정 위기를 부각해 친명계 김민석 후보에 부담을 주고 정청래 후보를 측면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추 지사가 재정 비상 선언을 한 시점이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렸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추미애-정청래 '개혁동지'…공개 지지 논란까지
추 지사는 이후 정 후보를 향한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정 후보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어머니 정청래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지지를 호소하자, 추 지사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개혁 과제들이 많다. 지금까지 보여준 개혁의 일관성과 진심을 믿는다"며 "힘내십시오"라고 답했다.
추 지사는 이어 "개혁을 책임지우려면 걸맞은 일꾼을 뽑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정 후보 지원 메시지라는 해석을 낳았다.
정 후보 역시 추 지사를 "개혁동지"라고 부르며 화답했다.
또 사흘 뒤에는 정 후보가 "경기도정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당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추미애 재정 비상→이재명 책임론→정청래 지원'이라는 정치적 연결고리가 더욱 선명해졌다.
당내에서는 곧바로 반발했다. 현역 광역단체장이 당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명계 김용 후보가 "현역 광역단체장이 정치적 입장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 반면, 친청계 한민수 후보는 "대단한 결기와 용기가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추미애의 한 수'…정청래 반전 카드 될까
'이재명 책임론'까지 겨냥한 추 지사의 메시지가 정청래 후보의 막판 반전 동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광역단체장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만 키운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재정 비상'에서 시작된 추 지사의 승부수가 민주당 전당대회 판세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는 17일 최종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특히 최대 승부처인 경기·서울 당심이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추 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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