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 이강인, 36분이면 충분했다…'환상 킬패스'로 라리가 개막전 예열


AT마드리드 이적 후 첫 선발…루크먼과 투톱, 패스 6개 모두 성공
AT마드리드 2-1 역전승20일 오전 4시 말라가와 라리가 개막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수 이강인(왼쪽)이 15일 올랭피크 마르세유와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 첫 선발로 나서 36분을 소화하고 있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더팩트 | 박순규 기자] 36분이면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 이강인(25)이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에서 자신의 장기인 넓은 시야와 왼발 패스를 선보이며 2026~2027시즌 라리가 개막전을 향한 예열을 마쳤다.

이강인은 15일(한국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의 CEPAC 벨로드롬에서 열린 올랭피크 마르세유와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6분까지 뛰었다.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로 AT마드리드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두 번째 출전이자 첫 선발이었다. AT마드리드는 마르세유에 먼저 실점한 뒤 로드리고 멘도사와 카를로스 마르틴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이강인의 포지션이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5-3-2 전형을 가동하면서 이강인을 아데몰라 루크먼과 함께 최전방 투톱에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드에는 코케와 파블로 바리오스, 조니 카르도소가 자리했다. 현지 매체 AS는 이 선발진이 닷새 뒤 말라가와의 리그 개막전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강인의 역할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와 달랐다. 최전방에 고정되지 않고 2선과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전방으로 연결하는 ‘프리롤’에 가까웠다. PSG에서 제한적인 출전 기회 속에서도 인정받았던 정교한 왼발과 창의적인 패스를 시메오네의 축구 안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무대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 후 첫 선발로 나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강인(앞줄 맨 왼쪽)./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전반 8~9분 나왔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상대 압박을 피해 공을 잡은 이강인은 마르세유 수비진 뒤로 파고드는 루크먼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곧바로 왼발로 수비라인을 가르는 절묘한 침투패스를 찔렀다. 루크먼은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볼은 골대를 때렸다.

결과적으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패스의 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페인 AS도 이강인이 루크먼에게 연결한 패스를 인상적인 장면으로 평가했고, 마르세유 수비진을 단숨에 허문 이강인의 시야와 타이밍은 새 시즌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반 33분에도 비슷한 장면을 만들었다. 후방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다시 수비 뒷공간을 겨냥해 루크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이번에는 루크먼의 볼 터치가 길어 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강인이 어떤 방식으로 AT마드리드 공격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는 분명했다.

기록만 보면 화려하지 않았다. 35~36분 동안 볼 터치는 9차례에 불과했고 패스도 6차례였다. 그러나 6개의 패스를 모두 성공시켰다. 적은 숫자 속에서 ‘질’을 보여준 셈이다. 전반 36분 이강인은 줄리아노 시메오네,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와 함께 교체됐다. 이강인 대신 카를로스 마르틴이 들어갔다. 세 선수를 동시에 바꾼 점과 AT마드리드가 이날 가용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강인의 이른 교체를 경기력 저하나 부상 신호로 해석할 이유는 크지 않다. 라리가 개막을 앞두고 계획된 출전시간 관리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에게 더 중요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AT마드리드는 프리시즌을 모두 마치고 오는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마드리드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승격팀 말라가를 상대로 2026~2027시즌 라리가 1라운드를 치른다. 현지시간으로는 19일 오후 9시다.

이강인에게는 여러 의미가 겹치는 경기다. 발렌시아와 마요르카에서 뛰었던 그가 파리 생제르맹(PSG) 생활을 마치고 다시 스페인 무대로 돌아온 뒤 치르는 라리가 복귀전이자 AT마드리드에서 치르는 첫 공식경기가 될 수 있다. AT마드리드는 이강인을 PSG에서 영입하면서 2031년 6월까지 장기계약을 맺었고, 팀의 상징성이 큰 등번호 7번까지 맡겼다. 구단도 이강인의 장점으로 시야와 볼 컨트롤, 패스와 슈팅 능력을 공식적으로 평가했다.

관건은 선발 여부다. 마르세유전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충분히 열렸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을 단순한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투톱의 한 자리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연결고리로 시험했다. 이강인 역시 맨시티전 뒤 "어디서 뛰든 감독이 원하는 자리에서 팀을 돕겠다"며 자신의 역량을 "120%"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루크먼처럼 빠르게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와의 조합은 주목할 대목이다. 마르세유전 전반에 나온 두 차례의 침투패스는 이강인이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도 한 번의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수비와 조직력을 중시하는 시메오네 축구에서 이 같은 ‘한 번의 창의성’은 이강인이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물론 첫 선발 36분만으로 주전 경쟁이 끝났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볼 터치 9회에서 드러났듯 AT마드리드의 빠르고 직접적인 축구 속에서 이강인이 더 자주 공을 잡을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야 하고, 공격뿐 아니라 시메오네 감독이 요구하는 강도 높은 압박과 수비 가담에도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첫걸음은 나쁘지 않았다. 서울에서 데뷔하고, 마르세유에서 처음 선발로 뛰었다. 이제 무대는 마드리드다. ‘새로운 7번’ 이강인의 진짜 AT마드리드 생활은 20일 새벽부터 시작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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