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소영 기자] 재일동포 사회는 한국·일본 국적, 조선적 등 다양한 국적이 공존한다. 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등 정체성도 나뉘어 있어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현실이 일본에 투영된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국적과 정체성만으로 재일동포 사회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한국 국적 청소년이 조선학교에 다니거나 한 가족 안에서 민단·조총련 계열이 공존하는 등 국적과 정체성 구분을 넘어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조선학교 재학 이력이나 조선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과 연관 지어 바라보는 편견은 여전하다. 한국 사회의 재일동포에 대한 인식이 민단과 조총련이라는 이분법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외교관 출신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구분보다 재일동포 '공동체'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의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민단과 조총련 계열은 물론 한국·일본 국적, 조선적에 이르기까지 국적이나 소속과 관계없이 (모두) 재일동포 일원"이라며 "재일동포 사회는 분단의 유산이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는 단절됐지만 재일동포 사회에는 역사적·인적 연결고리를 가진 민단·조총련 계열 동포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안보 문제 등의 제약으로 인해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대한 포용과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사회가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지점으로는 '세대교체'를 꼽았다. 김 의원은 1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동포 사회 내부에서도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선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조선학교는 일제 식민지 해방 직후 재일조선인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세운 국어강습소에서 출발했다. 이후 북한의 교육원조비와 장학금 지원, 조총련의 운영 참여가 이어지면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일본 국적자인 청소년들도 조선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가 있다.
김 의원은 "민단 소속의 자녀들도 우리말과 글을 배우기 위해 조선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있다"며 "오늘날의 조선학교는 재일동포 자녀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곳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조총련 지도부에 대해선 엄격히 평가했다. 김 의원은 "조총련 지도부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하는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며 "조직의 규모는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지만 내부는 더욱 강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 노선은 재일동포 사회 내에서 조총련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조직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조총련 지도부와 조선학교 출신 또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를 동일한 개념으로 바라보는 데 선을 그었다. 그는 "조총련 지도부와 조선학교 출신자 또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는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며 "평양의 지시를 따르는 (조총련) 핵심 지도부와 그 밑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조총련계 동포 개인은 다르다"고 했다. 재일동포 개인 차원에서는 소속을 넘어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흐름이 있어 정치적 노선과 개인의 삶은 구분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김 의원이 주목하는 것은 재일동포 사회 내부의 변화다. 그는 "동포 사회가 탈이념화·탈정치화돼 동포로서의 정체성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조총련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직접적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재일동포 사회 내부의 움직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무하고 격려하는 것이 시작"이라며 "지원 필요성이 생기면 이를 검토하면서 점차 북한과의 이념적 연결은 약화되고 (재일)동포라는 성격은 강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재일동포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재일동포의 역사와 이들이 겪은 아픔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통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보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재일동포 사회는 장기적으로 남북을 잇고 화해를 도모할 수 있는 통일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엄연한 ‘국가 안보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사회가 남북 민간교류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역사적·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해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한국 정부 개입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재일동포 사회의 내부 통합은 꼭 필요하지만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며 "정부가 변수를 잘 검토해 지혜로운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조선학교 문제도 정부가 재일동포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되 안보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