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 자산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대 과정에서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와 지분 거래를 중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신동국 배후설' 의혹을 받았지만 "저는 신 회장의 사람이 아니며, 의혹 제기는 신 회장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어왔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6월 말까지 신 회장과 임 대표 사이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거래를 위한 중개인 역할을 했다. 신 회장은 임 대표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348만3808주(지분율 5.09%) 전량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사 거래 단가를 적용하면 1600억원이 넘는 대형 거래다. 임 대표가 끝내 거절하면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김 전 대표는 <더팩트>에 "임 대표가 돈이 없어 보유한 주식을 비싸게 팔고 싶어했고 신 회장에게 매각할 것을 권유했다"며 "두 차례 중개했으나 거래가 결국 깨졌다"고 밝혔다.
거래가 추진되던 당시는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확대하던 때와 맞물린다. 신 회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28.15%를 확보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끄는 한양정밀이 보유한 지분 6.95%를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은 35.10%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일 신 회장 측은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의 100억원대 주식 가압류 소식이 알려지자 '오너 일가 측 우호지분은 당초 알려진 41%가 아닌 34.4%"라고 정정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23년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송 회장·임 부회장·킬링턴 유한회사(라데팡스 파트너스)와 '4자 연합'을 결성하며 모녀 측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모녀 측과 소송전에 돌입하며 4자 연합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신 회장과 임 대표 간 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김 전 대표가 한 증권사를 통해 신 회장의 3000억원대 자금 유동화를 추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회장은 자금 조달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해 임 대표의 지분 매입을 추진했지만, 최종 무산되면서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자금 유동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신 회장의 사람이 아니다"라며 '신동국 배후설'에 반박한 바 있다. 신 회장과는 1년 전에 처음 만났으며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전문경영인 체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신 회장과의 거래가 불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약 절반(170만9788주·2.50%)을 사모펀드 나우아이비22호 펀드에 장외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나우아이비는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오너 일가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다. 총 매각 대금은 820억6982만원으로, 처분 단가는 주당 4만8000원이다. 이는 전날(1일) 종가 3만600원 대비 약 57% 높은 금액이다.
신 회장과 임 대표 사이의 거래 시도 과정에서 오간 구체적인 계약 단가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같은 시기였던 지난 2월, 신 회장은 임 대표의 형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측 지분을 매수했다. 거래 규모는 1727억원으로, 주당 취득단가는 4만8468원이었으며 전날 종가 4만2250원에 비해 약 15% 높은 수준이었다. 이어 임 대표가 나우아이비에 지분을 매각하고 닷새 뒤에 신 회장은 임 회장의 아내 홍지윤 씨 등으로부터 잔여 지분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규모는 1727억원으로, 주당 취득 단가는 4만7920원이었으며 이는 전날 종가 3만1650원 대비 약 51%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전량에 주당 단가 4만7920원~4만8468원을 적용하면 1669억~1689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 성사시 중개인이 수수료를 취득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거래가 성공했다면 김 전 대표가 받았을 수수료는 수십억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수수료 얘기는 없었으며 수수료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큐어세라퓨틱스를 운영하던 지난 2023년, 한미그룹에 투자 협력을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2024년 큐어세라퓨틱스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한미그룹에 연구개발 장비 구매를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김 전 대표는 1996년 한미약품 무역부에 입사해 비서실 등을 거치며 약 3년6개월간 근무했다. 당시 무역부 책임자였던 임종호 전 한미약품 부사장(당시 부장)과 인연을 맺었으며 임 전 부사장은 이후 큐어세라퓨틱스에서 관리본부장을 지냈다. 임 전 부사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선대회장의 형의 아들로,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모녀 측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신 회장과 무관한 사람"이라며 "신 회장 편에서 한미그룹을 공격한다는 일각의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그룹은 저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제가 제기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저를 고소하면 된다. 법정에서 사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언론보도를 통해 한미그룹이 송 회장 일가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송 회장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과 명품관 등에서 8000만원 이상 결제했으며 항노화 전문병원에서 3000만원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회사 명의의 법인차량과 골프 회원권, 콘도 회원권 등이 송 회장 일가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은 "목적에 따라 예산을 적정하게 사용했다"며 "특정인을 모욕하기 위해 내부 자료를 불법 취득한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