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4할' 백인천 전 감독, 별세…향년 83세, ‘타율 0.412’ 영원한 전설로


1982년 MBC 선수 겸 감독으로 타율 0.412…44년째 깨지지 않은 KBO 최고 기록
뇌경색 장기 투병…14일 오전 향년 84세로 영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C조 예선전 대한민국 대 호주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는 백인전 천 감독./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단 한 명뿐인 ‘4할 타자’ 백인천 전 LG 트윈스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뇌경색으로 장기간 투병해온 백 전 감독은 최근 병세가 악화됐고, 14일 오전 6시30분께 충남 천안의 거주지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인터넷 매체 오센이 보도했다.

고인은 한국 야구사에서 좀처럼 다시 나오기 어려운 기록을 남긴 ‘전설의 타자’였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 72경기에서 250타수 103안타, 타율 0.412를 기록했다. 44년이 흐른 2026년까지 누구도 넘어선 적이 없는 KBO리그 역대 최고 타율이자 유일한 ‘4할 타율’이다.

백 전 감독의 야구 인생은 그 자체가 한국 현대야구의 한 페이지였다.

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그는 광복 후 부친의 고향인 평안북도 철산에서 생활하다 6·25전쟁 전에 월남했다. 서울에서 성장한 뒤 경동중·경동고를 거치며 야구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경동고 시절이던 1960년 서울운동장에서 홈런을 때려내고 일본 원정에서도 장타력을 과시하며 일본 프로야구의 주목을 받았다.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동안 일본프로야구(NPB) 무대를 누볐고, 1975년에는 타율 0.319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일본 통산 성적도 타율 0.278, 1831안타, 209홈런, 212도루에 달한다. 한국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대에 일궈낸 개척자의 기록이었다.

2019 제7회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백인천 전 감독./뉴시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백 전 감독은 MBC 청룡의 초대 감독 겸 선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만 39세의 베테랑이었지만 방망이는 녹슬지 않았다. 19홈런과 64타점까지 기록하며 단순히 타율 관리로 만들어낸 4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가 작성한 0.412는 이후 이종범의 1994년 0.393 등 숱한 도전을 견뎌내며 여전히 KBO의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도자로서도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MBC 청룡을 비롯해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1990년 LG 트윈스 창단 사령탑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LG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로 4할 신화를 쓴 데 이어 감독으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말년에는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뇌경색 등으로 오랫동안 투병했고 최근에는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 지난 3월에는 모교 경동고 동문들과 야구계 인사들이 치료비를 지원하며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백 전 감독은 생전에 자신의 야구 인생을 관통하는 말로 ‘노력자애(努力自愛)’, 즉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을 강조해왔다. 일본 진출 초기 혹독한 경쟁을 이겨내고 타격왕에 오른 것도,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와 4할을 친 것도 결국 지독한 훈련과 집념의 결과였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첫걸음을 내디딜 때 함께 출발했던 ‘원년의 전설’. 수많은 기록이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의 이름 옆에 새겨진 ‘0.412’는 44년 동안 그대로였다.

백인천은 떠났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4할 타자’라는 그의 기록은 이제 전설을 넘어 한국 야구의 역사로 남게 됐다. KBO는 고인의 장례를 KBO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 등 장례 일정은 미국에 거주 중인 동생이 귀국하는 대로 정해진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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