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멈춰 선 '라마다 울릉', 불신의 공사 끝내야


"진실을 덮은 '불신의 공사', 울릉의 미래 가로막는다"

대지면적 3102㎡, 연면적 1만 2070㎡, 지상 15층 규모로 총 261개 객실(13평형 253실, 26평형 8실)을 갖추고 있는 라마다 울릉 전경.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은 좁다. 사람도, 행정도, 관계의 그물망도 육지와는 비할 바 없이 촘촘하다.

건너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이라는 특수성은 그간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온기였을지 모르나, 행정과 이권이 개입하는 순간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소문은 확인도 없이 사실이 되고, 문제는 아는 사이라는 핑계로 묻힌다.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섬의 관광 지형을 바꿀 핵심 숙박시설이라 기대를 모았던 '라마다 울릉'이 준공 문턱에서 멈춰 선 배경에는 결국 이 '좁은 지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

용적률 문제에서 시작해 공사대금 미지급,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금품·향응 수수 의혹에 따른 직위해제와 경찰 수사로까지 치달았다.

단언하건대 직위해제는 유죄 판결이 아니며 고발장의 주장이 곧 확정된 진실일 수는 없다. 수첩과 금융 거래 내역의 실체, 금품의 대가성과 직무 연관성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몫이다. 공무원 개인의 억울함이 있다면 풀려야 하고, 반대로 법을 위반한 비위가 확인된다면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단지 '수사 중인 공무원 개인의 일탈 의혹'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두어서는 안 된다. 주목해야 할 본질은 '어떻게 대형 건축물이 허가도면과 다른 시공으로 준공 직전에야 용적률 문제로 덜미를 잡혔는가'에 대한 행정 시스템의 난맥상이다.

설계 단계의 오류였는가, 공사 진행 중의 무단 변경이었는가, 아니면 감리와 행정이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검증에 실패한 것인가. 허가부터 준공 검사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주체들인 시행사, 시공사, 설계·감리업체, 그리고 울릉군 행정은 제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책임 전가로 일관하며 수사 결과 뒤에 숨는 것은 공공성을 저버리는 행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 하도급업체들과 노동자들이 입고 있는 실체적인 피해다.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육지보다 훨씬 높은 울릉에서 수십억 원대 공사대금이 묶였다. 이는 민간 사업자 간의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지역 영세 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존의 문제다. 행정이 '민간 사업'이라며 뒷짐을 지고 방관할 수 없는 이유다.

울릉에서는 비판조차 쉽지 않다. 업체에 칼을 대면 '지역 경제를 죽인다'고 손가락질하고, 행정을 질타하면 '공무원을 매도한다'며 편 가르기 프레임을 씌운다. 관계가 진실을 덮고, 평판이 원칙을 압도하는 구조다.

그러나 울릉공항 개항이라는 대전환기를 앞둔 지금, 언제까지 감정과 관계에 의존해 행정을 운용할 것인가. 투명하지 않은 행정, 예측 불가능한 기준, 문제 발생 시 유야무야 넘어가는 시스템으로는 그 어떤 외지 투자자도, 관광객도 울릉을 신뢰하지 않는다. 공항이라는 불빛만 켜진다고 섬의 체질이 저절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제 울릉군과 수사기관, 그리고 사업자들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경찰은 고발장과 자금 흐름을 철저히 추적해 대가성 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울릉군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인허가 및 변경, 감리 과정 전반에 행정적 허점이 없었는지 즉각 자체 점검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행·시공·설계·감리사는 각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인정하고, 지불 유예로 고통받는 지역 업체 피해 복구에 즉시 나서야 한다.

울릉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멈춰 선 공사 현장이 아니다. 진실을 덮은 채 서로를 의심하고 방관하는 '불신의 공사'가 계속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울릉의 진짜 위기다. 좁은 지역사회일수록 행정의 기준은 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바로잡는 것, 그것이 곧 울릉이 진짜 선진화된 행정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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