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ETF 거래' 무산되나…레버리지 블랙홀·업계 반발에 당국 '고심'


거래소, 운용사·증권사 실무진 소집 간담회
업계 "투기 수요 자극 우려·LP 가격관리 공백 부담"

한국거래소가 9월 14일 애프터마켓에서 ETF 거래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운용사들의 반발에 시행 연기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거래소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초래한 혼란이 내달 14일 개장 예정인 애프터마켓(장 종료 후 오후 4~8시) ETF 거래 일정까지 뒤흔들고 있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 거래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운용사들의 반발에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ETF 거래가 각종 규제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가 애프터마켓에서는 ETF 가격 변동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0일 여러 차례에 걸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실무진을 불러 애프터마켓 ETF 거래 도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운용사들은 모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장 마감 이후에는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iNAV)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iNAV는 ETF가 담고 있는 자산의 실시간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가 지금 사는 ETF 가격이 실제 가치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다. 이 지표가 산출되지 않으면 시장실거래 가격과 ETF 순자산가치 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정규장에서는 코스콤이 산출해 제공한다.

유동성공급자(LP)의 가격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애프터마켓에서는 ETF 설정·환매가 불가능한데 LP가 지속적으로 호가를 제시할 경우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운용업계의 주장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기본예탁금 기준을 상향하는 등 규제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4종의 합산 순자산(AUM)은 10일 기준 5조4400억원으로 지난 6월 25일 17조3800억원보다 69% 감소했다. 거래대금도 6월 19일 16조7100억원에서 11일 5600억원으로 97% 줄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0일 여러 차례에 걸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실무진을 불러 애프터마켓 ETF 거래 도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더팩트 DB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장 마감 이후에는 설정·환매를 통한 가격관리가 안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LP가 제공하는 물량이 떨어지면 개인 간의 거래로 전환된다"며 "문제는 투자자끼리 주고받은 가격만 남으면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민원 발생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고 투자자 보호 요구도 거세진 상황이라 운용사들이 공통으로 반대 목소리 내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애프터마켓 ETF 거래를 무리하게 추진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요즘 단일종목 레버리지 때문에 워낙 시끄러운 상황인데 애프터마켓 ETF 거래를 강제로 시행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운용사들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며 "거래소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예정된 날짜인 9월 14일에 애프터마켓 ETF 거래를 시행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최근 대체거래소(NXT) 프리마켓에서 발생한 SK하이닉스 하한가 문제와 같은 정규장 외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문제도 근거로 제시된다. 지난 6일 NXT 프리마켓 개장 직후 SK하이닉스 11주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9.97% 내린 116만8000원에 체결됐다.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한 뒤 거래가 재개되자 주가는 곧바로 낙폭을 3~4%대로 줄였다. NXT 프리마켓은 개장과 동시에 접속매매가 시작돼 호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수·매도 가격만 일치하면 즉시 체결되는 만큼, 소량 주문이 가격을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체거래소(NXT) SK하이닉스 하한가 문제도 그렇고 단일종목 레버리지만 갖고도 여러 논란이 생기는 상황인데 레버리지 관련 이슈가 수그러드는 시점에나 애프터마켓 ETF 거래가 도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만으로도 금융당국이 국가적 질책을 받고 있는데 애프터마켓 ETF 거래 같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터지면 수습하느라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애프터마켓 ETF 거래 관련) 입장이 별도로 나온 건 없다"고 밝혔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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